홈쇼핑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사진=CJ온스타일]
홈쇼핑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사진=CJ온스타일]

[이뉴스투데이 유수현 기자] 엔데믹을 맞아 TV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코로나에 잘나가던 홈쇼핑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홈쇼핑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오프라인 수요를 흡수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수요가 회복되고 이커머스 플랫폼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TV홈쇼핑이 설자리는 급격히 좁아졌다.

7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TV홈쇼핑 빅4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하락해 쓴웃음을 짓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0% 줄며 수익 하락폭이 가장 컸다. 현대홈쇼핑은 15.8%, 롯데홈쇼핑은 23.5% 역신장했다. GS샵은 GS리테일에 흡수합병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홈쇼핑업계의 이런 실적부진은 리오프닝에 이른바 ‘코로나 특수’까지 사라지고, 구조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송출료 부담 가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믿었던 라방도 힘이 되진 못했다.

지속적인 송출료 인상은 홈쇼핑업계의 오랜 숙제로 영업이익 하락의 주된 원인이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들이 IP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을 통해 방송을 송출한 대가로 내는 돈이다. 홈쇼핑사는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채널 자릿값을 협상하고 좋은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한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업자 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들은 TV홈쇼핑 7개사로부터 2조2508억원 규모의 송출 수수료를 받았다. 수수료가 2019년 1조602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3년 만에 약 두 배가 오른 셈이다. 

이런 갈등이 지속되자 정부가 나서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TV 시청 시간이 매년 줄어들어 성장이 정체됐는데 송출수수료는 매년 인상된다”며 “코로나 때도 송출 수수료가 실상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를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다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GS샵의 라이브방송 '문래라이브'. [사진=GS샵]
GS샵의 라이브방송 '문래라이브'. [사진=GS샵]

홈쇼핑업계는 쇼핑 환경이 모바일로 급변하면서 TV를 매개로 한 홈쇼핑을 등지고 일제히 모바일에 공을 들였다. 주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젊은층에게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이 핵심 쇼핑채널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모바일 홈쇼핑 중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라이브방송(라방)도 실적 부진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롯데홈쇼핑의 엘라이브, 현대홈쇼핑의 쇼라, GS샵의 문래라이브, CJ 자사 라이브 커머스 모두 방송 횟수를 대폭 늘렸지만 실적 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GS샵의 경우 주 5회에서 15회로 늘리고, 신세계 라이브쇼핑도 매일 평균 4회 이상의 모바일 라방을 진행한다.

신세계TV쇼핑의 올해 라방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0% 신장한 상태로 2.6배 성장했지만, 방송 횟수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영업이익에서 유의미한 수치를 차지하지는 못한다. 

홈쇼핑업계가 라방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네이버의 ‘쇼핑라이브’와 카카오커머스가 이미 모바일 라이브커머스계 강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다 티몬,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도 일제히 라방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라방에 대한 매출 기대는 있지만 수익 구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라방이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일부이며, 단시간에 큰 성과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의 가상인간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의 가상인간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리오프닝으로 매출은 점점 감소하는데 비용은 상승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홈쇼핑업계는 미디어로 역할을 바꾸면서 살길을 모색 중이다.

GS샵은 지난해 상품을 파는 방송이 아닌 넷플릭스 <블랙의 신부>라는 드라마를 홍보하고, CJ온스타일은 BIM이라고 하는 인테리어 자문 서비스를 방송한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자사 IP 가상인간 루시를 진행자로 등장시켜 자동차를 판매하는 등 기존의 홈쇼핑을 벗어나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팔겠다는 것보다 이채널에서 가면 유익한 정보, 재밌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구매로 이어진다”며 “콘텐츠 IP에 집중하면서 재미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층 형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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