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내 철강 제조 공정. [사진=연합뉴스]
제철소 내 철강 제조 공정.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지난해 하반기 하락세를 딛고 반등을 모색하려는 철강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상반기 자동차강판과 후판 가격을 놓고 완성차·조선 양 업계의 완강한 인하 요구에 부딪쳐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철강업계와 완성차·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강판과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지만, 가격 책정 여부를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타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중국이 지난해 12월, 3년간의 강도 높은 사회적 봉쇄와 방역 위주의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하자 이를 업황 상승의 호기로 여겼다. 전 세계 철광석 소비량의 70%가량을 점유하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현지 산업·경제활동이 점차 활기를 띠면서 철광석 가격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 따른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20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당 129.55달러로 7주 연속 120달러선을 유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톤당 80~90달러 수준에 머무르다가 11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결과다.

철강업계는 이같은 원자재가 상승을 근거로 이번 협상을 통해 철강재 가격 인상을 관철하려던 터였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완성차업계와 조선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가격 인하까지 요구하는 모양새다.

우선 완성차업계는 최근 2년간 철강업계가 지속적으로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주장할 때마다 수용해 온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가격 인하에 협조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자동차강판 가격은 지난 2021년 상반기 톤당 5만원에 이어 하반기 12만원이 인상됐다. 이듬해에도 인상 기조는 이어져 상반기에는 15만원, 하반기 5만원이 올랐다.

조선업계도 그동안 선박용 후판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소폭 인하된 시기를 제외하고는 연이어 상승 가도를 달려 왔다는 사실을 적시, 철강업계의 가격 인상 시도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후판 가격은 2020년 톤당 60만원에서 이듬해 상반기 70만원선으로 오른 데 이어 하반기 110만원선으로 뛰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20만원대까지 인상됐다가 부담을 느낀 조선업계의 거듭된 인하 요구에 하반기 다시 110만원대로 내려갔다.

이같은 목소리는 양 업계가 처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업계는 최근의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자동차강판 가격까지 인상될 경우 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도 수년간의 적자에서 탈피해 수주 호황에 따른 본격적인 흑자전환을 올해 눈앞에 둔 상황에서 후판가 부담으로 수익성 실현에 빨간불이 켜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철강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철강재 공급가 인상으로 업황 하락에서 탈피, 반등세를 타려던 전략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단 철강업계는 이번 협상을 통해 가격 인상폭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가격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업계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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