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롯데지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롯데지주]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등기이사’를 둘러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상반된 입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력 반도체 사업의 실적 개선이 시급한 이 회장 측이 이사 선임을 기대하는 반면 신 회장은 계열사 사내이사에서 연이어 사임하는 행보를 보여서다.

일반적으로 사내이사를 포함한 등기임원은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기업의 주요 정책이나 굵직한 현안은 대부분 이사회를 통과해야 결정된다.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는 미등기임원의 경우, 그만큼 활동 반경에 제약이 올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 강화로 전열을 정비해 불투명한 경영 여건과 대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걸쳐 선두를 재확인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유니클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계열사 FRL코리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내달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각 사업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효율성 강화와 자율경영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복귀 희망·연이은 사임…엇갈린 입장 뚜렷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3월 정기주총 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 채택 여부를 다룰 예정이다. 해당 안건이 채택된 후 내달 주총에서 통과되면 등기이사 복귀가 확정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8.15 특별 사면에 이어 10월 회장직에 취임했지만, 아직까지 무보수 미등기 임원 신분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사내이사 임기를 종료한 뒤 재선임 절차를 밟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당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사실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회장 측에서는 이번 주총을 통한 등기이사 복귀가 절실할 입장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 가전 사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등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내이사 선임으로 경영 활동의 무게중심을 다잡고 동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져서다.

이와 달리 신 회장은 2019년 12월 계열사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의 사내이사직에서 동시에 물러난 데 이어 지난해 12월 FRL코리아 기타 비상무이사에서 사임했다. 기타 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는 등기임원으로 사내이사와 달리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이사회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점을 둬야 할 사업 중심으로 업무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롯데그룹에서 현재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캐논코리아 등 4개사다.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3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는 모두 내년 3월 종료될 예정이다.

◇3월 삼성전자·롯데케미칼 주총 주목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이 3월 삼성전자 주총에서 다뤄질 것이 유력시되지만, 주총 현장에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일각의 문제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바로 이 회장이 겪고 있는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금도 과거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인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에 따른 1심 재판에 주기적으로 출석하고 있다. 더욱이 재판이 2심에서 3심까지 갈 경우, 향후 수년간 관련 리스크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 측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를 내건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서는 이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에 대해서는 관련 일정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경우, 3월 롯데케미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 여부에 재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사임을 표명하며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자율경영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에 장남인 ‘3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아직 등기임원에 등재되지 않은 바,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참여할 때까지 신 회장이 일단 사내이사직을 안고 갈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그룹 오너 입장에서 등기임원이든 아니든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에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경영 활동의 제반 환경과 여건에 따라 탄력적인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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