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규제’ 참전국이 속속 늘어나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업계 입지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위기론’과 오히려 중국기업의 맹렬한 추격 기세를 늦출 수 있다는 ‘긍정론’이 동시에 떠오르는 가운데, 학계에선 첨단기술을 주도하는 ‘대중규제 전선’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최대 수출국’ 중국을 적으로 두지 않는 ‘실리외교’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쪽)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규제’ 참전국이 속속 늘어나면서, 미-중 사이 진퇴양난에 놓인 국내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업계 입지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위기론’과 오히려 중국기업의 맹렬한 추격 기세를 늦출 수 있다는 ‘긍정론’이 대표적이다. 학계에선 첨단기술을 주도하는 ‘대중규제 전선’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최대 수출국’ 중국을 적으로 두지 않는 ‘실리외교’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3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발 ‘대중 제재’에 첨단장비 강국들이 본격 가세하면서 중국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업계에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기술이 적용된 첨단 반도체·장비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첨단 반도체장비 강국들을 흡수하면서 제재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네덜란드 당국 관계자들은 워싱턴DC에서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협상으로 일본과 네덜란드가 제재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첨단장비의 중국 반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최첨단 칩 생산을 위한 네덜란드 ASML사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등 다수 첨단기술이 포함된다. 일본의 장비기업 니콘에도 비슷한 수준의 제재가 가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첨단장비 양강’의 가세로 중국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관련 장비를 수출하는 국내 장비업계에도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 우려했다.

국내업계는 중국 내 장비 반입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1년 유예’를 부여받은 상태다. 다만 향후 추가 유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협상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첨단장비 반입이 모조리 막혀버린 셈”이라면서 “1년 유예기간 이후엔 반도체기업은 물론, 이미 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든 장비업체들도 중국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세력을 넓혀가는 ‘대중규제 전선’이 오히려 중국기업의 추격 속도를 늦춰 국내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대중 수출규제의 목표는 공멸이 아닌 중국 견제다. 중국시장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어느 국가도 쉽게 포기하거나 무너뜨리기 쉽지 않다”면서 “(해외 각국이) 자국 피해를 일부 감수하겠지만 전반적으로 YMTC 등 중국기업의 굴기 목표를 견제하는 역할은 톡톡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는 국가 차원의 실리외교에 따라 국내업계의 득과 실이 결정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첨단장비 분야를 꽉 쥐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과의 합종연횡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회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일본이 다방면으로 미국과의 연합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보단 적극적으로 칩4동맹에 참여 등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조치 등 ‘대중 리스크’와 관련해선 “지금까지의 (복합적인) 국제정세를 겉면으로만 판단해선 안된다. 미국과 네덜란드 등도 겉으론 대중규제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뒤에선 교류를 이어가면서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함께 움직이되 중국을 품을 수 있는 실리외교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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