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상 PF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PF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보관 기자] 레고랜드 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의 불씨가 여전한 가운데 증권가의 양극화도 심화될 전망이다.

체력이 되는 대형 증권사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불확실한 환경에 놓여 있어서다.

최근 정부와 5대 금융지주 관련 임원들은 부동산 PF로 인한 경착륙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공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696조600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25.9%에 육박했다.

건설·부동산업 등 관련 기업 대출과 PF 등을 포함한 부동산 기업금융은 1074조7000억원으로 전년 3분기보다 17.3%나 늘었다.

이러한 우려에도 대형 증권사는 양호한 PF 건을 찾아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부실 부동산PF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부실채권펀드(NPL) 조성을 대형 건설사와 준비하고 있다.

대상은 주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으로 금리 급등과 공사비 상승 등의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 중 사업성이 있는 곳을 선별해 구조조정처럼 회생시키는 방식이다.

KB증권이 보험사·공제회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사업장을 선별하면 대형 건설사들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우발 채무 등을 정리한다. 이후 본 PF로 분양까지 완료하는 정상화 과정을 거친다.

KB증권은 하반기 이후 만기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프로젝트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반기에 2000억∼30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해외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에 대해 만기 연장을 위한 자금을 파이낸싱 하는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준비 중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보도된 바와 같이 일부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라는 말과 함께 “관련 사업 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 등의 취지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도 최근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000억원 규모로 선순위 대출에 나서며 나머지 60000억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물산·호텔이 후순위 대출에 나선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선순위로 참여하는 데다 롯데물산과 호텔롯데가 원리금 전액 상환 시까지 이자 자금 보충 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비교적 낮은 리스크에 양호한 수익성을 보고 투자에 나섰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95% 이상이 선순위 구조에 LTV 50%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10여년 넘게 디폴트 건이 없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바탕으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터지지 않은 폭탄을 안고가는 듯 아슬아슬하다.

상대적으로 변제 순서가 밀리는 중·후순위 PF 보유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해 9월 말 국내 24개 증권사를 조사한 결과,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 증권사는 중·후순위 PF의 비중이 70.4%로 자기자본 4조원 초과 초대형사(33.8%)의 2배 규모를 웃돌았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불확실성이 큰 부동산 브리지론 비중도 32.1%로 초대형사(18.4%) 대비 2배 가까이 높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F 시장의 특성상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후순위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이는 그만큼 고금리, 고위험을 안고 가야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해 속단하기는 이르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서는 시장이 나아진 편”이라며 “선순위인지 후순위인지에 따른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 발 여파가 남아있으나 우호적인 정책 등의 도움을 받아 예의주시하며 비즈니스모델을 모색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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