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열 정치사회부장
안중열 정치사회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빈 방문인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당시 300억달러(37조5000억원)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약속과 한-UAE 정상 공동성명, 총 48건의 양해각서(MOU) 체결 등 뚜렷한 성과를 냈습니다.

통상 순방을 마치면 대통령 지지율은 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친 순방 이후엔 어김없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해외 첫 순방에서는 인사비서관 부인 탑승 논란에서 시작돼 그해 9월 미국 순방에서는 비속어 논란, 11월 동남아 순방길에선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까지 잡음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순방 잔혹사’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올해까지 네 차례에 걸친 순방을 두고 ‘그랜드슬램 외교참사’로까지 혹평합니다.

지난해 외교참사에서는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순방 당시 발언했던 ‘바이든‧날리면’과 ‘이 XX’ 등 비속어 논란이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다행히 한미간 외교 충돌로까지 확전되지는 않고 수습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UAE 아크부대 방문 당시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는 발언으로 이란을 적으로 돌려세웠고, 주적으로 규정한 북한과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우를 범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즉흥적인 언행이 부른 참사라는 지적이 다시 나왔고요.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외교성과만 자화자찬할 뿐 틀어진 한-이란 관계를 수월하게 회복할 수 있는 “말실수다” “유감이다” 등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37조5000억원에 달하는 외교세일즈를 부각시키는 한편 이란 측에 ‘오해’나 ‘확대해석’이라는 궁색한 변명과 함께 ‘양국관계가 끈끈하다’, ‘장병 격려차원’이라는 동문서답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파장이 외교 성과만큼이나 실이 커져도 현재의 주장을 펼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적을 친구로 만들기는커녕 친구를 적으로 돌려세우는 외교 방식이라면 다자간 외교에서 치명적인 뇌관이 될 수 있어서죠.

수차례에 걸친 해외순방에서 직면했던 잡음을 통해 외교전략 재설정이 시급해진 배경입니다. 정상회담이나 다자간 외교를 시작하기에 앞서 국내외 전문 외교라인과의 철저한 준비, 그리고 예행연습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의 말과 행동, 그리고 정부의 발표가 곧 외교 성패의 키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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