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예진 기자] 지난 10월, 아침마다 대림역 계단을 올라야 했다. 에스컬레이터 운행 길이만 40m를 넘어서는 구간을 계단으로 오르는 것은 과장을 덧붙여서 등산에 버금가는 일이었다. 35m쯤에 이르렀을 때는 종아리가 뻐근해지기도 했다. 20대 중후반인 기자부터 이렇다면 다리가 아프거나, 무릎 관절이 약한 어르신의 경우 더욱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는 특정 역 한 두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하철 역사 내 고장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100여 건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지하철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 전체 고장 수는 113건에 달했다.

고속터미널역 내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지난해 9월 고장이 난 이후, 두 달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11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수리가 완료됐다.

당시 고속터미널역사 내 담당 직원은 “모터 등 부품의 80%를 교체했는데도 문제가 지속돼 제어반을 새로 교체하기로 했다”며 “역사에 기술자가 없다 보니 빨리 고쳐 달라고 독촉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사 측에서 수리를 독촉하더라도 빠른 대응을 하긴 어렵다. 특히 부품 교체 등 수리 공사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부품을 발주한 후 제작과 설치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에스컬레이터 부품 대다수가 중국에서 제조·수입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의 국산 비중은 32.3%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해에는 에스컬레이터 부품이 국내로 반입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더욱 심화됐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신속한 부품 조달이 필요함에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빠른 수리가 이어질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역사 내 기술자가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독촉 뿐이라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하철 역사 내 기술자 인력을 확보해 간단한 수리가 필요한 경우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국내 에스컬레이터 부품 생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노인, 장애인 등 승강기 이용이 꼭 필요한 이들이 있다. 그중에는 매일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관리 시스템 등의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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