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수십년간 ‘국가경제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최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사상 초유의 사태들로 전방산업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산업 사이클이 무너졌고, 뒤이어 발생한 경기침체는 기존 사업·시장판도를 뒤흔들었다.

수십년간 ‘메모리반도체’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련의 예측불가 사태를 겪은 국내업계는 ‘수퍼사이클’ 붕괴를 인정하면서, 기존 사업구조만이 능사가 아님을 재확인했다.

반도체산업의 장기호황을 뜻하는 ‘수퍼사이클’은 기술발전에 따라 반도체수요가 폭증할시 나타난다. 통상 4~5년 주기로 돌아오고, 2~3년간 지속됐으나, 최근 그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업계는 지난 2021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IT기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대호황’을 맞이했다.

당시만해도 올해까지 ‘수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국제정세와 IT시장이 급변하면서 호왕 시작 후 2년도 못돼 사그라들었다.

이후 반도체 하늘이 급격하게 무너졌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초 7만원선에서 연말에 이르자 5만원선까지 급락하면서 ‘5만전자’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급변한 시장판도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혁신’이 절실해지는 이유다. 

과거 ‘반도체 패권’이 이동한 전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일본은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D램 시장의 80%를 차지하면서 세계시장을 호령했다. 하지만 2000년대 PC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수율·가격 등 생산성을 앞세운 우리나라와 대만에게 패권을 내줬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또 다시 시장판도가 급변하면서 글로벌 패권이 이동했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 여파로 당시 업계 1위였던 인텔을 제치는 데 성공했지만, 하반기 메모리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만의 TSMC에게 ‘반도체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란 말이 있듯, 다시금 반도체산업의 지난 발자취를 조명해볼 때다.

일련의 선례는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산업구조에 일갈을 날렸다. 고도화되는 ‘반도체 분업화’와 다각화되는 ‘사업구조’에 주의를 기울여야할 시점이다.

특히 최근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친 사례는 ‘메모리 위주’ 산업 구조의 맹점을 노출시켰다.

물론 국내업계가 패권을 쥐고 있는 메모리 부문에 대한 ‘고도화 작업’도 필요다. 향후 메모리 시장은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시장규모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국내업계가 목표로 하는 ‘종합반도체 1위’를 탈환하기 위해선 외연확장에 본격 나서야 한다.

그 대안으로,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융합산업’을 주도할 기대주자로 평가되는 ‘시스템반도체’가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시장 규모부터 메모리 부문과 큰 격차를 보인다. 메모리가 전체시장의 30%에 불과한 반면, 시스템 부문은 7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2배 이상의 ‘규모의 경제’가 실현 가능한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세계 메모리 점유율(70%)은 압도적인 반면, 시스템 부문에선 1% 내외에 불과하다.

시스템 부문의 성장을 위한 교두보인 ‘설계부문(팹리스)’부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다각적인 사업모델에 대한 적극적인 고도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급격히 빨라진 ‘혁신의 시계’는 산업발전을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업황회복 이후를 넘어 미래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기업차원의 외연확장과 정부차원의 기반강화 기조가 속히 아우러져 시너지를 내야 한다.

장기간 지속된 사이클·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헤어질 결심’과 적극적인 이행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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