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에서 컨테이너 운송차가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양항에서 컨테이너 운송차가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박현·노해리·고선호 기자] 올해 산업계는 다양한 호재와 악재가 맞물려 유독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의 종식이 가까이 오면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업 자금 경색, 금리 인상과 최고조 물가 등 고난도 악재로 업종을 막론하고 다시금 얼어붙는 모양새다. 이뉴스투데이가 올 한해 산업계 업종별 이슈를 한 데 모았다.


◇신차 팔기 너무했던 악재의 연속…전기차는 살아남았다

완성차업계에 올 한 해는 살얼음판과 같았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수급난은 더 심해졌고, 올해 초 완화된다던 차량용 반도체도 여전히 부족했다.

하반기엔 화물연대 파업과 금리 인상 등이 발목을 잡았다. 글로벌에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여파로 국산 전기차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됐다. 신차 출시까지 3~4개월은 기본으로, 20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신차 대란’에 직면했다.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중고차 시장’. 때문에 중고차 시장은 올 한 해 더 없는 호황을 누렸다. ‘신차 값보다 더 나가는 중고차’가 생긴 시점도 올해다. 다만 금리 인상 등 여파로 현재는 다시 판매량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여러 악재 속에서도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누적 판매량은 677만3724대다. 전년(654만4057대)보다 3.4% 늘었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급난이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 일정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올해 전기차도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현대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신차 공급에 나선 영향이다. 현대차 아이오닉6, 기아 EV6 GT 등이 출시되면서, 지난해 10만대던 전기차 등록대수는 15만대를 훌쩍 넘은 15만1322대를 기록했다.

또 하나의 최대 이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다. 북미지역에서 제조하지 않은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인 이 법안은, 자국 산업 육성책이면서 타국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IRA 시행으로 당장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자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법안 보완 등 결론은 아직이다.

사진은 27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27일 서울의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건설 부문, 연이은 악재로 지속 하락

올 한 해 건설업계는 국내 전반적인 주택·부동산 시장 침체를 맞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금리 인상,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겹치며 업황 하락을 부채질했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건설 원자재가격이 지속 상승했으며, 분양 경기가 꺾이면서 수익성마저 저하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러다 보니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자금 경색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접어든 모습이다.

또한 하반기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PF 사업 전반의 부실화로 확산될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자금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일부 중견·중소 건설사의 도산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해외건설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해외 건설 수주 누적액은 275억5586만달러로, 전년 대비 1.9% 소폭 상승했다. 이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 지속적으로 물량을 수주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올해 부동산 시장은 연이은 금리인상에 경기 위축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거래 자체가 얼어붙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시장이 미분양 증가 등으로 점차 침체기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돼 2013년 이후 9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방과 대도시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과 올해 경기 불황 우려 등이 매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금리 기조로 금융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세입자를 포함한 이른바 ‘영끌족’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역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세시장도 냉각기에 들어갔으며, 월세 전환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에 당국은 대출 규제 완화와 그린벨트를 포함한 규제지역 해제 등 거래 정상화 방안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여러 악재에 생태계 악화…무너지는 중소기업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부담으로 심각한 생태계 악화를 맞았다.

특히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부채가 확대된 데 이어 시장의 유동성 악화로 경기 악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은 커녕 재기불능 상태에 빠진 기업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1891개사였던 중소기업의 한계기업은 지난해 2372개사로 2년 만에 25.4% 급증했으며, 법인파산 신청건수도 올해 들어 11월까지 897건으로 집계돼 지난해와 같은 기간 848건보다 5.7% 늘었다.

문제는 당분간 위기가 개선될 여지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고금리가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된다.

지난 10월 기준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5%를 돌파해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은 70%에 육박해 단 1년 만에 20배 이상 급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원전 중심 대변혁 맞은 에너지…원료가 상승 후폭풍 지속

윤석열 정부는 집권한 지 약 2개월 만인 지난 7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재조정하는 내용이 담긴 ‘새정부 에너지정책’을 중심으로 원전 중심의 에너지믹스 개편을 단행했다.

신(新)에너지정책의 주요 내용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또 원전생태계를 복원해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과 약 4000억원을 투입해 독자 SMR(소형모듈원전) 노형 개발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2030년 발전 비중이 21.5%로 축소, 직전 정부 발표 대비 8.7%포인트 줄었다. 이에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원전 확대를 지양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상 최대치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 사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전의 올해 총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이로 인한 전기요금 추가 인상 등이 예견되면서 공공요금 부담 악화에 따른 물가 불안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올해 전기요금은 세 차례나 올랐다. 요금 인상에도 1~3분기 한전의 누적 적자는 21조834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자 5조8542억원의 3.7배에 달한다.

정부는 내년 전기요금 단가를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 기준연료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한전의 적자 문제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자 일각에선 전력 민영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촉발된 국제유가의 변동성 악화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정유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기념할 만한 한 해를 보냈다.

무엇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료 수급 불안이 확대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정제마진 이윤이 크게 개선됐다.

반면 내부적으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으로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이로 인한 ‘횡재세’ 논란의 중심에 섰으며,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수익 악화 등이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조선업계, 수주 호황 지속…LNG운반선 두각

올해 조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수주 호황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이어 누적 수주량 2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내년 실적 개선을 통한 흑자전환 가능성까지 내다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올해 수주 호황에는 고부가가치 친환경선박으로 분류되는 LNG운반선이 중심이 됐다. 현재까지 한국조선해양이 42척, 대우조선해양은 38척, 삼성중공업이 36척을 각각 수주해, 발주 물량 중 90% 이상을 점유했다.

다만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51일간 하청지회 파업으로 생산 차질에 따른 수천 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내상을 입기도 했다.

◇해운 부문, 하반기부터 급속 냉각

해운업종은 코로나19 특수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조짐과 선박 공급과잉,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해 해운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냉각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5일 기준 1107.09를 기록하며 27주 연속 내려갔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이른바 ‘3고 현상’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된 여파로 풀이된다.

아울러 업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국적선사 HMM 매각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기 매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계, 대내외 악재 속 불황 극복 고심

철강업종은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와 생산량 저하,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 차질 등으로 실적 하락을 면치 못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는 모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급감한 가운데 내년까지 영향이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어 철강재 생산에 대규모 차질이 발생했다. 이후 복구작업을 통해 순차적으로 주요 공장이 재가동되고 있지만, 내년 초에야 완전 정상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지난 6월과 11월 두 차례 화물연대 파업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었다. 철강업계는 지난 6월 파업 당시 8000억원 규모로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11월 파업은 9일 만에 종료됐지만 그 여파는 지금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