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 트레킹 코스 [사진=강원도]
운탄고도 1330 [사진=강원도]

[이뉴스투데이 강원취재본부 우정연 기자] 이제 겨울인가 싶더니 어느새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달, 12월이 코앞이다. 한껏 차가워진 기온에 이불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맑은 날씨가 이어져 걷기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나무이파리들도 모두 떨어진 이 겨울에 ‘추억과 설렘’을 배가시켜주는 중국의 옛길 차마고도를 연상케 하는 ‘운탄고도 1330’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 고지와 능선을 이어 걷는 해발 1000m 고원의 길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 있는 고지와 능선을 이어 걸을 수 있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길 운탄고도.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雲坦高道)’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운탄고도는 과거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길이다. 만경대산을 비롯해 두위봉, 백운산, 함백산 등 고산을 연결해 채굴된 석탄을 나르면서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졌고 역사와 세월이 더해져 지금의 숲길이 탄생했다.

1330은 전체 길 중 가장 높은 곳인 정선 함백산 만항재의 높이 1330m를 의미한다.

운탄고도 1330은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정선, 태백을 거쳐 삼척 소망의 탑까지 도내 폐광지역 4개 시·군의 석탄 운송길과 숲길 등을 연결한 전체 길이만 173.2km에 달한다. 

폐광지역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아름다운 원시 숲길과 백두대간의 웅장한 절경을 끝없이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총 9개의 코스로 이뤄져 있다.

모든 코스를 걷는데 8박 9일이 걸린다. 

운탄고도 1330 [사진=강원도]
운탄고도 1330 [사진=강원도]

- 첫발 내딛는 영월 1‧2길서 성찰과 여유를

운탄고도의 시작점은 영월군 운탄고도 통합안내센터다. 1길은 성찰과 여유를 주제로 한 치유 코스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를 거쳐 유유자적 흐르는 동강을 따라 걷다 보면 카누와 카약을 체험할 수 있는 팔괴리 카누 마을을 만날 수 있으며 4억 년 전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고씨동굴까지 약 15.6km의 트레킹 코스다.

2길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김삿갓 마을과 예밀촌 마을, 모운동 벽화마을 등 영월지역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골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는 18.8km의 코스다. 

마을 입구부터 향긋한 포도향을 느낄 수 있는 예밀촌마을은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와인 족욕, 와인 담그기, 와인염색 등 다양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모운동 벽화마을은 ‘구름이 모이는 동네’라는 뜻으로 해발 700m에 위치한다. 마을에는 백설 공주, 인어공주, 개미와 베짱이 등 동화 속 주인공들을 벽화로 만나 볼 수 있다.

영월군은 내달 3일 운탄고도 1길에서 다수의 하이커가 참여하는 ‘2022 스타트 영월 에코하이킹’ 행사를 진행한다. 

운탄고도서 만나는 폐탄광 [사진=영월군]
폐탄광 [사진=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

- 탄광 산업 주역 광부의 흔적 만나다

3~8길은 운탄고도의 메인 구간으로 ‘광부의 길’로 통한다. 광업소, 폐광터, 삭도, 동발 등 탄광 산업의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해발 700m의 첩첩산중에 있는 모운동부터 정선 예미역까지 이어진 3코스는 옥동광업소와 황금폭포, 1088m 망경대산을 돌아내려 오는 석항역 등 탄광에 관련된 시설물들을 볼 수 있는 16.83km 코스다. 

황금폭포는 옥동광업소에서 흘러나온 용출수로 만들어진 폭포로 물에 철분이 섞여 있어 황금색을 띤다. 광부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3길은는 운탄고도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해발 1088m 망경대산은 영월군 산솔면과 김삿갓면 경계에 있다. 정상에서 마대산과 선달산,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도 훤히 보이는 등 사방으로 영월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모운동 벽화 [사진=영월군]
3길 출발점인 모운동 [사진=강원도]

모운동은 망경대산의 옥동광업소가 문을 닫기 전인 1980년대 후반까지 무려 1만 명이 넘는 광부 가족이 살았다고 한다. 당시 식당과 술집 등 생활 편의시설은 물론 영월읍 내에도 없었다는 극장 같은 문화 시설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1989년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석탄산업이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탄광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떠나 모운동은 잊혀진 마을이 됐다. 

운탄고도도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폐도가 되면서 오랫동안 잊힌 길로 방치됐다가 지난 10월 휴식과 힐링의 트레킹 길로 새롭게 거듭난 것이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해발 1000m의 고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시야, 봄의 야생화, 여름의 녹엽,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까지 계절마다 색다른 자태와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연경관에 한국경제의 초석을 다진 광부들의 애환이 깃든 스토리까지 있어 운탄고도를 걷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가객(歌客)이 되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균 고도 546m, 최고고도 1330m로 국내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트레킹 길”이라며 “휴식과 힐링의 트레킹 길로 새롭게 거듭나는 운탄고도를 한국의 차마고도,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영월 청령포 [사진=영월군]
영월 청령포 [사진=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

- 백패킹 거점…지역경제 활성화

운탄고도의 마지막 9길은 바다에 이르는 길로 바다 내음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운탄고도에서는 구간별로 석항역의 폐열차를 활용한 이색 숙박시설 트레인스테이,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들이 오가던 만항재, 광부의 아내들이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연못에 살고 있던 도롱뇽에게 기도했던 도롱이 연못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 폐선된 영동선 스위치백 구간을 활용한 하이원 추추파크, 대표적인 광산촌 마을 까막동네,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본연의 임무를 뒤로하고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된 간이역 등이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길을 걷다 보면 영월 청령포와 예밀촌마을, 정선 함백산 만항재, 낙동강 발원지인 태백 황지 연못, 삼척 미인 폭포 등 지역 관광 명소들도 만난다.

최성범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장은 “운탄고도는 탄광들이 고산지대에 있어 고도가 높은 인도라는게 매력적”이라며 “차가 두 대 정도 지나갈 수 있고 넓고 구름이 모여 있는 운무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둘레길이 아니라 종단길인 운탄고도를 백패킹의 거점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백패킹을 할 수 있는 거점을 4개 시군에 구축해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국내에 백패킹을 장려하는 길이 드문 만큼 많은 기대와 관심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선 타입캡슐공원 [사진=운탄고도 1330]
정선 타입캡슐공원 [사진=운탄고도 1330 통합안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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