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3사 노조가 지난 4일 올해 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울산조선소 내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현대중공업그룹 3사 노조가 지난 4일 올해 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울산조선소 내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3세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조선 부문에서 임단협 난항을 겪고 있다. 조선 3사 노조가 단체행동까지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적절한 해법을 제시할지 초점이 집중된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최초로 공동요구안을 마련해 사측과 교섭에 임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가급적 올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존 중후장대형 사업 구조에 첨단 IT,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바이오 등을 가미하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으로서는 이같은 노사분쟁 해결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이에 실무자 차원의 노사 협상 진전이 어려울 경우, 정 사장이 본격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조선 3사 노조, 최초로 단체교섭 공동요구안 마련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조선 3사 노조와 회사 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현격해 협상 내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주요 교섭안 가운데 접점이 사실상 없다 보니 상대측 주장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협상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조선 3사 노조는 지난 7월 단체교섭 공동요구안을 마련하는 등 그룹사 공동교섭을 추진했다. 해당 요구안은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성과급 250% + @ 보장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이사 조합추천권 도입 △교육비 지원 현실화 △사회연대기금 10억원 출연 등이 골자다.

노사는 7월 19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여회 교섭을 펼쳤지만,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는 조정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21일 조정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노조가 26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돼 파업이 가능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노조 측은 회사 측이 단체교섭에 미온적인 태도를 지속할 경우, 동시·순환 파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김병조 현대중공업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아직까지 사측과의 교섭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쟁의권은 확보했지만, 지금이라도 사측이 열린 자세로 다가올 경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사측도 노조와 대화를 통해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3사가 각각 별개 회사인 데다 임금체계, 기업 규모, 실적, 경영환경이 달라 공동교섭이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국조선해양]
정기선 HD현대·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국조선해양]

◇노사 문제, 새로운 해법 제시될까

올해 임단협 타결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역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그룹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대표에 이어 지주사 HD현대 대표에까지 선임돼 그룹 경영의 핵심으로 떠올라서다.

이처럼 그룹 내 위상이 더욱 상승한 정 사장이 주어진 책임과 권한 아래 당면 노사 현안을 총괄하고 나설 것인지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 사장은 3세 경영을 위한 기반을 사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축적해 왔다.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한 후 그룹 내 주요 핵심 부서와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2020년에는 미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돼 AI·로봇·수소·에너지·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했다.

더불어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관련 포괄적 협력 추진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제 정 사장이 그간 거둔 가시적 사업 성과와는 별개로 임단협, 파업 등 민감한 노사 문제에 리더십이나 조정·중재 역량을 발휘해 원만한 결과를 이끌어낼 경우, 사내 입지 강화는 물론 향후 승계 가도에도 순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이 이번 임단협과 관련해 어느 시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인지, 또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카드를 제시할 것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거의 연례행사처럼 대두되는 노사 간 임단협이 경영승계 과정에 바로 여파를 전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해당 사안이 장기화되고 노사 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그룹 안팎으로 파장을 가할 경우, 승계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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