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첫 번째 아이’]
[사진=영화 ‘첫 번째 아이’]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한 달에 100만원만 더 있어도 일 안 해도 되는데…” “300만원을 버는데 애한테 200만원이 들어가”

지인 중 다수가 아이가 있고, 맞벌이를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외벌이 수입 부족을 이유로 든다. 아이를 위해 맞벌이를 하는데 돌봄의 문제가 남는 셈이다. 하지만 돌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돈이 많이 들어가 수입을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상존한다.

그런가 하면 남편의 연봉이 6300만원인 후배 기자는 임신하자 즉시 일을 관뒀다. 그는 “엄마가 올케 언니 애를 봐주며 급격히 늙어서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영화 ‘첫 번째 아이’]
[사진=영화 ‘첫 번째 아이’]

오는 10일 개봉하는 ‘첫번째 아이’는 한 직장 여성의 첫 출산으로 비롯된 개인의 안팎 문제와 이와 연결된 여러 세대의 고민과 시스템의 구멍이 중첩돼 있다. 장성한 자식을 둔 중장년과 노년의 여성에게 희생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작동돼 온 육아와 돌봄의 굴레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영화 속 정아(박하선)는 첫 아이가 태어나고 일 년 동안 육아휴지을 가진 후 회사에 복직한다. 사회초년생 지현(공성하)은 계약 연장을 위해 ‘정아’의 자리를 꿰차려 한다. 남편 우석(오동민)은 나몰라라 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 아이를 돌봐주던 친정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

[사진=영화 ‘첫 번째 아이’]
[사진=영화 ‘첫 번째 아이’]

허정재 감독은 “나의 어머니는 가끔 거실에 앉아서 창문 밖을 보면서 차를 마시곤 하셨는데, 항상 그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다”며 “이 영화는 그 이미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했고, 결국 나의 부모님의 첫 번째 아이인 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은 ‘돌봄’이라는 가치가 ‘재화’의 성격을 가지게 됐고, 오로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요구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며 “저출산 문제는 우리 사회를 틀어막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그 다음 과정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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