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 내 철강 제조 공정. [사진=연합뉴스]
제철소 내 철강 제조 공정.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철강업계의 올해 3분기 실적이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내자 완성차·조선업계도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주요 철강사마다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자동차 강판과 선박용 후판 공급가격을 다시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 아래 최근 글로벌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세계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중국 내 철강제품 재고량도 갈수록 쌓여가는 추세다. 지난 상반기까지 호조를 띠었던 철강업황이 급속히 위축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철강업계는 주력 철강재 가격을 올림으로써 위기에 대응하려는 행보를 내비치고 있다. 이 가운데 비중이 높은 자동차 강판과 선박용 후판을 인상 타깃으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완성차업계와 조선업계가 이같은 철강업계의 행보에 반발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본격적인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4분기 철강업계 실적 하락 심화 전망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의 3분기 실적은 일제히 저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전년동기 대비 71% 감소한 영업이익 92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태풍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의 생산·판매 감소 영향 등으로 435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현대제철은 전년동기 대비 54.9% 줄어든 영업이익 3730억원, 동국제강과 세아베스틸지주도 각각 영업이익 1485억원과 20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0.2%, 68.9% 감소했다.

이러한 3분기 실적 부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획산되는 가운데 철강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철강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지난 3월 이후 하향세를 지속하면서 철강제품 가격 인상 동력이 약화된 사실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같은 실적 하락 현상이 4분기에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상, 고환율 등 업황을 둘러싼 제반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철근 주요 공급업종인 건설 부문이 비수기에 들어서는 시기라는 점 때문이다. 전문가들 가운데는 사실상 철강산업 불황이 본격화되는 수순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업황 예측이 어려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연 확장이나 사업 규모 확대가 아닌, 수익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재 공급가 인상 추진에 반발 기류

철강업계는 이번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다가올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동차 강판과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을 추진하려는 분위기다. 공급가 상향 조정으로 악화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특히 자동차 품목이 수출 호조를 나타내고 있고, 조선업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수주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철강업계는 일정 부분 가격을 올려도 각 업황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완성차·조선업계는 발끈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필수 자재 인상이 이뤄져 온 상태에서 재차 공급가를 올릴 경우, 치솟는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불황 신호가 다각적인 경로룰 통해 감지되는 이 시기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피력하고 있다.

우선 완성차업계는 자동차 강판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톤당 5만원, 12만원 상승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15만원 오르는 등 연이은 인상과 함께 인상폭도 확대됐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철강사들의 인상 요구를 대체로 수용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더욱 각을 세우고 있다. 철광석 등 원자재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후판가도 이와 연동해 인하해야 될 시점이라고 반문한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3월 7일 톤당 162.75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하다가 10월 31일 톤당 79.5달러를 기록했다.

조선업계가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실적과 관련이 깊다. 겉으로는 수주 호황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수익성 실현에 이르기까지는 2년가량 소요되는 데다 아직도 영업손실 등 적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지난 여름만 해도 주요 철강사가 후판가 동결을 거론하다가 이제 와서 인상을 요구하는 모습에 과연 조선업체들이 쉽사리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양 업계가 상호 주장이 맞부딪치며 타결이 쉽지 않을 조짐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서 업종별 입장을 내세우며 진통을 충분히 겪울 수 있지만, 최소한의 접점을 기반으로 공감폭을 넓혀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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