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본사 사옥. [사진=오뚜기]
오뚜기 본사 사옥. [사진=오뚜기]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오뚜기가 3세 승계 기반을 착착 구축해 나가고 있다. 자회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함으로써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으며, 자사주 매도로 상속세 재원까지 마련했다.

오뚜기가 과거 2세 후계구도 확립 과정에서 장자승계 원칙을 표방했던 만큼, 창업주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손자이며 함영준(63) 회장의 장남인 함윤식(31) 씨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현재 본사 경영지원팀에서 과장으로 근무 중인 윤식 씨를 놓고 올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이나 보직 이동이 이뤄질 경우, 승계 절차의 본격적인 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함 회장은 슬하에 장남 함 과장과 딸 연지(30) 씨를 두고 있다. 함 과장은 지난해 초 오뚜기에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팀에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훗날 승계에 앞서 함 과장이 사업 전반 흐름이나 전개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회사 차원의 판단으로 읽힌다,

더불어 오뚜기는 이달 자회사 오뚜기라면지주와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 흡수 합병을 마무리했다. 합병을 통해 그간 높았던 내부거래 비중을 해소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간소화해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며 투명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양사는 각각 사업회사인 오뚜기라면과 오뚜기물류서비스를 100% 소유한 지주사이지만, 합병 후 오뚜기가 양 사업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는 구조가 됐다. 이로써 오뚜기가 주요 계열사들을 모두 거느리는 사업형 지주사 형태를 갖춰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된 것이다.

동시에 함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더욱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함 회장의 오뚜기 지분은 합병 전 23.74%에서 합병 후 25.07%로 상승했으며, 함 과장도 2.17%에서 2.79%로 증가했다.

아울러 오뚜기의 3세 승계를 위한 움직임은 자사주를 매도해 상속세 재원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함 회장은 지난 8월 자회사인 오뚜기라면지주에 자사주를 매각해 384억4600만원을 마련했다.

이는 상속세를 완납해 차후 경영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약 요소를 사전에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연지 씨는 현재까지 회사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뮤지컬, 드라마 등에 배우로 출연하고, 화장품 모델로도 활동하며 방송·연예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오뚜기 지분은 1.07%를 지니고 있다.

◇국내외 사업 확대 과정 내 역할 시선 집중

오뚜기는 국내 시장 2위에 올라 있는 라면 품목의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정상을 향해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직장인, 학생층을 주요 대상으로 한 가정간편식(HMR) 라인업을 한층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뚜기는 그동안 내수에 치중된 사업 영역을 넓혀 해외시장 확장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라면, 카레, 소스류, 차류, 기타 식품류 등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오뚜기는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 라면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라면시장에서 베트남이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번재로 규모가 크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8년 현지 하노이 인근에 박닌공장을 준공하고 각종 라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데서 나아가 현지 생산·영업망을 구축해 해외시장으로 도약할 기반을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오뚜기는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한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을 중시하는 최근의 소비 트렌드를 직시해 사내 스타트업과 연계해 대체 수산물시장에 진출했으며, 유망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오뚜기가 국내외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오너 3세의 역할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성과 기여 여부에 따라 역량에 대한 평가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아직 함 회장이 건재한 데다 3세 함 과장의 경영수업이 한창이어서 승계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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