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사진=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알쏭달쏭한 제목의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가 오는 20일 개봉한다. 양영희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로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에 이은 가족 3부작이다.

양 감독의 부모는 세 아들을 모두 북송하고 북한 지원에 열성적인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회원이다. ‘디어 평양’은 어머니가 ‘한 달에 한 번만 아버지와 밥을 먹어달라’며 딸에게 부탁한 후로 양영희 감독이 10년에 걸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수프와 이데올로기’ 역시 음식이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일본인 사위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던 어머니(강정희)는 딸(양영희)이 예비 사위(아라이 카오루)를 오사카 본가에 데려오자 닭백숙을 정성스럽게 끓여준다.

[사진=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사진=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영화에서는 닭백숙 조리 장면이 총 세 번 나온다. 예비 사위로 처음 방문했을 때 외에도 두 번째는 사위가 된 후 장모와 함께 장을 보고 마늘을 다듬으면서, 마지막으로 사위가 직접 끓여 장모, 아내와 마주 앉아 수프를 나눠 먹는다. 국적, 살아온 배경, 사상이 모두 달랐지만 따뜻한 ‘수프’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제주 4·3 현장에 자신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잔악무도한 기억을 묻어둔 채 살아온 어머니는 눈앞에서 목격했던 일들을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는 알츠하이머가 진행돼 기억을 점점 잃어갔고, 지난해 별세했다.

[사진=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사진=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은 “영화 제목은 어느 나라에서도 제멋대로 번역되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짧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남편이 처음 집에 왔을 때 어머니가 대접했던 음식이 수프(닭백숙)인데 국적도, 사상도 다르지만 사이좋게 살아가고, 죽이지 말고, 미워하거나 시기하지 말고 ‘당신의 가치관이 이렇구나’ 이해하며 밥이나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는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종교 혹은 이데올로기도 다르다고 해서 왜 같이 살아보자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다”며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싸우기만 하지 말고 서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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