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을 위한 기업들의 폐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그래픽=고선호 기자]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을 위한 기업들의 폐배터리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전 세계적인 전기차 시장의 호황과 각국의 정책 기조 변화를 바탕으로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앞세운 에너지기업뿐만 아니라 새 후방산업 진출을 노리고 있는 완성차업계와 소재 기업들의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패권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15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는 올해 16만 대로 시작해 2025년 54만 대, 2030년 414만 대, 2040년 4636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량 기준으로 폐배터리 시장은 2025년 42GWh에서 2030년 345GWh, 2040년 3455GWh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34%에 달한다.

또한 국내의 경우 오는 2030년까지 전국 8만여 대 분량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에서 분리한 배터리는 충전상태와 잔존용량 등에 대한 측정을 통해 등급이 분류되며, 선별된 등급에 따라 대용량에너지 저장장치인 ESS나 소형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 재사용된다.

또한 등급이 낮은 경우에는 배터리를 분쇄해 블랙파우더로 만든 뒤 니켈, 망간 등의 배터리 소재를 추출, 활용할 수 있다.

 


◇황금알 낳는 폐배터리…“버릴 게 없다”

[사진=쎄보]
[사진=쎄보]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차량 원가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이는 단순히 전원을 공급해 차량을 움직이게 해주는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의미다.

실제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4530만원에 판매되는 기아 ‘니로EV’ 배터리 가격은 2100만원에 달한다. 차량가액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의 가치가 높이 책정되는 이유는 에너지 저장 용량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터리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의 소재들에 있다. 주로 니켈, 망간 등의 소재가 대표적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소재 확보 등의 목적을 앞세워 관련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상태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인 리사이클사의 지분을 2.6% 확보해 니켈 2만t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제너럴모터스(GM)과 출범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2023년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에 배터리 재활용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중국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1위 코발트 정련업체인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성일하이텍 등 국내 폐배터리 시장 선점에 성공한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SK는 SK온, SKC,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계열사들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폐배터리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의 미국 현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현지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사와 협력을 맺고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 활용 등의 사업을 본격화한다.

 


◇대기업들의 폐배터리 ‘러시’…시장 ‘정조준’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전기차 배터리와 직접적인 사업 연관성이 없는 완성차 업계, 건설사 등과 같은 대기업들도 폐배터리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싱가포르 전자폐기물 전문기업 테스(TES)를 인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지난달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어센트 엘리먼츠와 5000만 달러규모의 지분인수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GS건설도 자회사 에네르마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다. GS건설은 자회사 에네르마를 통해 지난해 경북 포항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규제자유특구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착공했다.

소재 업계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최근 폴란드에 연산 7000t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준공하며 시장 진출 소식을 알렸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와 합작해 폐배터리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 구성에 나섰다. 기아는 최근 독일의 국영 철도회사와 폐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폐차장과 딜러로부터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재제조한 배터리를 노후 차량과 교체용 배터리에 활용하는 청사진을 그린다.

기아 유럽법인은 독일 국영 철도회사 도이치반(DB)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스타트업 ‘앙코르’(Encore)에 유럽에서 판매됐던 자사 전기차에서 수거한 폐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DB는 독일은 물론 범유럽에서 사업 중인 독일 최대 규모 철도회사이며 기아는 DB와 폐배터리 사업을 추진하는 최초의 완성차업체다.

이와 관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아직 초기에 머무른 시장 특성을 감안했을 때 추가적인 성장요인이 충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초기 전기차 구매자들의 구입한 노후 전기차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업계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특히 폐배터리에 대한 활용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자원 확보의 목적도 있기 때문에 이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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