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지나칠 정도다. 최근 제정·발효된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양 법안 모두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반도체 제품과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액을 공제하는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해당 업종의 어느 나라 기업이든 미국 땅에서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고 미국 자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야 비로소 현지에서 원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반도체 전체 매출의 약 30%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또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전량 국내 생산해 미국애 판매 중인 현대·기아차도 보조금 지급이 끊겨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현지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대책반 구성, 글로벌 통상규범 검토, 주요국 동향 모니터링 등 대응책 모색을 서두르는 것은 물론 통상교섭본부장을 급파해 미국 행정부, 의회 등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아울러 EU, 독일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입장을 지닌 국가들과 공조해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해당 법안이 산업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는 반증이다.

기업 총수들도 바빠졌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촤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는 20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모두 미국 현지 사업과 관련된 움직임이라는 것을 미뤄 짐작할 만하다.

문제는 양 법안에 투영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세계무역기구(WTO)나 한미 FTA로 발현된 자유뮤역의 가치를 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상호 호혜를 강조해 온 미국에 의해 이러한 상황에 봉착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욱이 올들어 4대 그룹이 발표한 대미 투자액은 80조원에 달한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공장 신설과 투자를 통해 미국 현지에 3만5000개가 넘는 일자리도 창출했다. 정부도 바이든 대통령이 제창한 ‘칩4 반도체 동맹’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며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몇 달 전만 해도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온갖 찬사와 미사여구를 동원해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그래 놓고 실제로는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며 가까운 동맹국의 부담과 고충을 가중시키는 행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한미 관계 정립에 부합하는 모습인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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