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미국이 자국산 전기차 우대에 팔을 걷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해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2주 전 조 바이든이 이러한 내용의 IRA에 서명하면서 현대차, 기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보수적인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현대차그룹은 결국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올해 상반기엔 현대차가 40만7135대, 기아 37만8511대를 팔아치웠다.

그러나 승승장구할 것 같은 미국 내에서 뜻밖의 제동이 걸렸다. 현재 미국에선 전기차를 사면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 보조금에 조건을 걸겠다는 거다.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현지에서 차를 생산해야 하며, 탑재하는 배터리 역시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나거나 가공한 것이어야 한다.

이 조건 대로라면 한국산 전기차와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아예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판매량이 뚝 떨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현대차는 일차적으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따로 만나 투자방안을 논의할 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완성차 공장을 새롭게 짓고 그 인근엔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여기 드는 비용만 총 6조3000억원이 든다는 예산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청사진을 제대로 그리기도 전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빗장을 걸면서 “미국이 뒤통수를 때렸다”는 비난이 거세다. 기본적으로 중국을 견제한 의도가 깔려있다지만, 한국도 덩달아 피해를 본다는 사실은 기정사실화 돼있다.

이 사실을 접한 정부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주 산업부·기획재정부·외교부로 구성된 정부 합동 대표단의 방미에 이어, 이번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도 5일 직접 미국을 찾아 고위급 대미(對美) 협의를 이어간다. 박진 외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날 방한 중인 미국 하원의원단을 만나 우려를 제기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늦은 감은 있으나 더 강력한 제스처가 절실하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주 대표단의 방미에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한국산 차량을 제외하기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검토하기로 했다”는 작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함께 발전하기 위한 경쟁이 아닌 상생은 나라와 나라 간에도 가능하다. 전기차 관련 기술이 다양하게, 산발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요즘, 자국 경제 구하기도 중요하나 더 큰 건 글로벌 위기 극복과 인류를 위한 기술 개발이란 대의(大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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