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수십년간 국가 경제를 이끌어온 반도체 산업이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촉발한 혼돈의 국제정세에 국내 업계는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반(反)중국’ 결집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사업 불안정성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자국기업의 이익활동은 눈감아 주면서도 아-태지역 ‘반도체 칩4’ 얼라이언스를 통한 반(反)중국 정책에는 바짝 고삐를 조이면서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알려진 애플-YMTC의 협력 사례는 반도체 업계에 떠도는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다”는 속설을 방증했다. 중국이 칩4 결집으로 인해 핵심 제조장비 수급에 제한이 걸릴지언정 전반적인 성장은 지속 가능한 셈이다.

반면 국내 기업은 반(反)중국 프레임에 최대 수출시장·생산기지인 중국과 등질 위기에 처했다.

칩4를 통해 국산 하드웨어와 미국의 소프트웨어간 긴밀한 결합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최대 시장을 경시하기엔 사업 리스크가 매우 크다.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국제정세와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지켜보는 일 뿐이다.

일련의 국제정세와 관련해 최태원 SK 회장은 “칩4의 디테일한 부분이 더 갖춰지면 정부가 이 문제를 잘 다뤄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리도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기술패권 시대에 국가 핵심 전략기술로 분류된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외교적 △재정적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달 야심차게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도 미미하다는 평가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대기업이 반도체 설비에 투자할 시 최대 12%까지 세금을 깎아준다. 대기업 국가전략기술 설비 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상향한다.

하지만 여전히 선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게 4년간 25%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총 540억달러 규모 보조금도 지급한다.

초격차 전략을 위한 필수과제인 ‘인재양성’ 부문도 현실성이 부족한 모습이다.

정부가 최근 대학의 학과·정원 확충으로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가르칠 교수가 부족하고, 수도권-비수도권 대학간 불균형 우려까지 겹쳐 실효성이 낮은 ‘날림 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

최근 미국의 변덕스런 정책과 시시각각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업계를 보면서 국가의 존재가치를 새삼 느끼게 된다.

국가경제 ‘믿을맨’인 반도체가 위기설을 넘어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 반도체 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이제 정부가 믿음직한 기댈 언덕으로 나서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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