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착취일 뿐이다.”

지난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여러 대기업의 독점 행위를 경고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사실상 반독점과의 전쟁 선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반독점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5G 중간요금제’ 얘기다. 현재 이통사들이 담합 수준에 가까운 요금제를 출시하며 시장경쟁 촉진은 무리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SKT와 KT, LG유플러스가 이용자보다 공급자 중심으로 ‘베끼기식 중간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꼼수 논란에 휩싸였다.

새 요금제가 평균 이용 데이터양에 부합하지 않고, 소비자 옵션을 확장할만한 ‘구간 다양화’ 또한 부족해 실적악화를 최소화하려는 3사의 ‘꼼수’란 지적이다.

평균 이용량인 23~27GB 인근 구간대 이용자들은 데이터를 일정 하향·상향조정 하던지, 평균 이용량을 다소 상회하는 이용자들은 평소대로 100GB 대의 고가요금제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SKT 요금제 출시 이후 후발주자인 KT나 LG유플러스에서 50GB 요금제 출시를 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KT가 SKT보다 높은 30GB 요금제를 출시하며 요금을 상향해, 결국 ‘베끼기식’의 비슷한 요금제 출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 차원의 규제와 관리 없인 시장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한 회사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면 다음날 다른 회사가 바로 똑같거나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는 구조여서, 요금제 경쟁이 곧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3사 모두 인식하고 있다”면서 “요금제 베끼기를 일정기간 금지하는 규정이 생기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요금제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현 규제방식에 문제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과거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 신고제’를 적용하고 있다. 

유보 신고제는 기업이 새 요금제 이용약관을 정부에 신고만 하면 그대로 출시할 수 있는 제도다. 자유로운 요금제 출시를 허용하면서 시장경쟁을 촉진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정부규제 없는 시장은 이통3사의 ‘묵시적 담합’을 낳았고, 소비자 이익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 아버지’로 부르는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시장 자체를 ‘보이지 않는 손’으로 묘사했다. 

개인과 기업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 ‘보이지 않는’ 시장원리에 의해 안정적인 이익배분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정부 개입은 최소화된다.

하지만 300년 가까이 묵은 이론이 현대까지 그대로 적용될 리는 만무한 법. 강산이 수십번 변한만큼 국제정세와 경제구조에 대변혁이 이뤄졌다.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할수록 독과점과 담합 등 경제주체의 이기심에 따른 여러 폐해가 뒤따랐다.

적정 수준의 규제와 관리를 통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시장 생태계와 소비자 이익을 강화하는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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