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찬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시작한 지 100일도 안 된 지금,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의 부정평가는 임기 말에서나 볼 수 있는 레임덕 수준이다.

특히 졸속 교육 정책 추진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다 자진 사퇴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포함해 이 기간 동안 총 6명의 장관 후보자와 국무위원이 낙마했다.

가히 ‘인사 참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지난 2일에서 4일까지(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를 묻자 ‘인사문제’가 23%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T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신뢰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에게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5세 하향’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이 17.4%인 반면, ‘반대’는 76.8%(‘매우 반대’ 59%)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교직원·학생·학부모를 포함한 13만107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9%가 만 5세 취학에 반대했다.

이어지는 학부모들의 날선 비난과 원망서린 항의가 이어지면서 대통령 국정 지지율 추락을 부추겼다.

박 장관은 8일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제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밝히면서 자진 사퇴했지만 사실상 문책성 경질에 가깝다.

그는 사퇴문을 35초가량 짧게 읽더니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박 전 장관은 임명 35일 만에 역대 교육부 장관 중 다섯 번째의 ‘단명 장관’의 오명을 썼다.

새 정부 내 국무위원 자진 사퇴는 박 전 장관이 처음이다.

박 전 장관은 임명되기 전부터 만취 음주운전에 논문 연구부정, 조교 갑질 그리고 자녀 생활기록부 조작 의혹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민심은 교육부 수장이 되기엔 ‘함량 미달’이라며 등을 돌렸지만 대통령 임명 강행 이후 ‘학제개편안’을 졸속 추진하려다 사달이 났다.

학제개편안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단상까지 올라섰던 한 학부모는 기자와 만나 “교육부 장관이라면 학생들의 고통을 더 헤아렸어야 했다”고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국정운영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인사 참사’가 써 내린 ‘국정 혼란’의 한 단면일 뿐이다.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와 관련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지만, 상당히 ‘망사(亡事)’였던 게 맞다”면서 “대표적인 게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라고 했다.

어느 정권에서나 자기 사람에게 한 자리 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언론 앞에 직접 나서 “전 정권에서 이런 장관 봤느냐”라며 비교한 전례는 없다.

윤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한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가 국민들께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9월 19일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 이승철의 히트곡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열창했다.

여론이 위태로운 지금, 그는 1년 전 딱 이맘때 불렀던 그 노래 가사를 반대로 곱씹기를 당부하고 싶다.

국민의 시선이나 눈높이 그리고 정서에 반하는 ‘그런 사람’이 지명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을 통한 인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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