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갈등이 민간은행에서 처음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4일 KB국민은행 노조 소속 노동자 41명은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이를 적용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4년에 걸쳐 삭감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 첫해인 만 56세에는 직전 임금의 40%를 삭감하고 57세에는 45%를, 58세와 59세에는 각각 50%가 삭감된다. 이에 따라 1인당 소송가액은 약 7000만원~1억5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갈등의 중대한 변곡점이 됐다.

이 판결을 두고 ‘제도 자체가 무효’라는 확대 해석도 나왔지만 판결의 요지는 똑같은 일을 하는데 일정 나이에 이르렀다는 이유만으로 임금 삭감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 이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졌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이번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의 제기한 소송도 임금피크제의 효력 자체를 다투는 소송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깎였는데 업무량은 줄지 않았으니 깎인 월급을 돌려달라는 취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임금피크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탄생했다.

생산성은 그대로 인데 가만히 나이만 먹으면 연봉이 오르니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크고 청년층 채용 확대가 힘들었다.

호봉제가 깊이 뿌려박혀 있는 상황에서 ‘100세 시대’ 도래로 은퇴 하고도 30~40년을 더 살아야하는 비극까지 겹치면서 정년 연장과 임금 삭감을 맞교환한 결과물이 바로 임금피크제다.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면서 향후 정년 기준은 더 상향될 수밖에 없다.

낡고 불합리한 호봉제를 개선하고 변화된 인구구조를 감안할 때 임금피크제 큰 틀은 유지돼야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대법원 판결의 후유증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KB국민은행의 노조원들의 소송에 전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 것은 이 같은 소송이 줄이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은 임금이 줄었는데 똑같은 업무를 부여받는다면 불합리하다 생각돼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기업도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업무를 줄여줘야 하는지 가늠하기 힘들어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회가 임금피크제를 법적으로 명시하고 정부가 운영과 기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사회적 합의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결국 당국이 나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야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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