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게임 30분에 만원 번다.”

스쳐 듣기만 해도 솔깃하다. 게임만 해도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단다.

게임업계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떠오르는 ‘P2E(Play to Earn)’ 얘기다.

최근 게임업계가 사행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용자에게 재미와 흥미를 제공하는 오락이 ‘파친코’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P2E는 게임 아이템·재화를 가상화폐 교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어 ‘돈 버는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P2E가 게임법 규제 대상인 환금성·사행성 부문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합법화를 외치는 업계는 P2E 시스템이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추세라는 의견이다. P2E를 강력 규제하는 나라가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규제가 비교적 유연해 국내 게임사가 적극 공략하고 있는 동남아·남미는 평균 국민소득이 비교적 낮아 P2E로 생업을 대체할 수 있다. 경제상황이 안정돼 있는 국내 상황과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다.

앞서 업계를 향해 반문하고 싶다.

확률형아이템 조작 논란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온 ‘사행성 논란’을 잠재우는 혁신적인 개선안을 내놓은 적이 있는가. 또 다시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 새 사업모델을 입증 없이 따라가도 괜찮은가.

국산게임의 이상향은 진정 ‘게임성’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

아직 해외에서도 온전한 입증을 끝내지 못한 P2E 게임을 ‘새로운 바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입하는 건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P2E 특성만으로도 예상되는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게임 경제가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심한 가상화폐를 게임에 접목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시세조작·가치폭락 등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은 전무한 상태다.

최근 한 P2E 게임이 해킹된 사례와 더불어, 기존 게임 내 아이템이 복사됐던 사례만 봐도 향후 발생 가능한 사태의 심각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제야 첫 발을 내딛은 P2E의 모범사례와 성공여부를 종합 판단하기 위해선 일부 개발사의 흑자전환이 아닌, 앞으로의 사회적 일탈과 불법사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게임사를 중심으로 한 P2E 도입은 사회적 위험을 무릅쓴 도박이다.

관건은 ‘게임성’과 ‘재미요소’에 달려 있다. 

수익이라는 맛을 본 여러 이용자들이 ‘가상화폐 채굴기’로 전락해 토큰공급에 쏠리면 화폐가치 폭락으로 직결될 것이 자명하다. 결국 P2E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려면 토큰수요를 늘려야 하고, 수요를 늘리기 위해선 게임의 재미가 필수다.

그런데 P2E가 보여준 전형적인 채굴·수집방식은 재미요소에 한계가 있다는 업계 내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우려사항을 고려해 이를 신산업의 과도기로 치부하기엔 사회적 피해가 막심하다. 우리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바 있는 ‘바다이야기 논란’으로 뼈저린 교훈을 얻은 바 있다.

정체를 위한 멈춤이 아니다. 최선을 위한 보류다.

새로운 바람에 돛을 달아달라는 업계 주장의 기조에는 찬성한다. 공공단체가 아닌 이익단체에게 공익성과 공공성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가 반대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순풍보다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게임의 기본 특성인 ‘불확실성’에 매몰돼 또 다른 사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게임은 환금성과 사행성이 가미되면서부터 본질을 잃고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200여년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황금이 쏟아져 나왔다.

노다지로 일확천금을 노린 세계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고, 황금 채굴량만큼 주변 환경과 생태계는 피폐해졌다.

골드러시가 불확실성이 높은 현대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를 통해 재현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병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선택은 이용자 몫이지만 일명 ‘판’을 깔아준 업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게임산업은 K-콘텐츠 전체 산업에서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셈이다.

해외 선례를 더 주의깊게 살펴보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도출한 뒤 국내 도입을 청원하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