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지난해 상반기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당시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내면 시대 흐름에 뒤쳐지는 것으로 매도됐다.

심지어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투자 과열을 우려했지만 이 마저도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주열 전 한은 총재는 지난해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가) 왜 비싼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내재 가치가 없다”고 투자자들의 유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2017년 가상화폐 1차 호황기 때 유시민 작가 등의 중심으로 제기된 가상화폐 투자 경고를 무시하고 투자에 나선 이들이 큰 돈을 번 상황이였기 때문에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자산가격 폭등은 가상화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모든 자산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월급은 느리게 오르는 데 자산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당시 투자활동 없이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 바보 취급을 받았다.

결국 이런 사회 풍조는 2030세대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이끌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저금리 시대는 저물었고 가상화폐 투자를 경고했던 이주열 총재도 한은을 떠났다.

지난 4월 취임해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 데뷔전을 치룬 이창용 신임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오전 두번째 금통위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섰다.

총재 취임 3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는 그는 “허니문 기간이 끝나가고 있다”며 농담도 건넸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24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 총재 입장에서는 사상 첫 빅스텝 결정 배경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던 만큼, 명확하고 거침없는 작심발언을 이어나갔다.

연속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선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고 “연말 2.75~3% 수준의 기준금리는 합리적”이라며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를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보다도 우선적으로 물가를 잡는게 좋다”며 경기침체가 우려되더라도 일단 물가부터 잡겠다는 통화정책 방향도 명확히 했고 “이번 50bp 금리인상으로 취약계층 어려움이 가중될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금리인상의 부작용도 인정했다.

그러던 중 기자간담회 막바지에 ‘혹시 영끌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왔다.

기자들 질문에 거침없이 답하면서도 한은 총재로서 답하기 부적절한 질문엔 모호한 입장을 취하거나 답변을 피했던 이 총재는 이 질문도 피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총재는 예상을 깨고 답변을 이어나갔다.

이 총재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고, 이번 금리 인상 국면을 통해 불가피하게 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면서 “저희는 금리를 올리게 되면 당연히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은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한은 총재가 자산가격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더 나아가 젋은층에게는 진심어린 충고를 전했다.

그는 “지금 20~30대는 경제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는 분들”이라며 “아마 집을 살 때 연 3% 이자로 돈을 빌렸다면 그 것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을 건데 지금 경제 상황을 보면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오래 갈지 불확실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일 당시에도 그는 학생들에게도 돌려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한은 총재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는 만큼 직설적 화법이 독이 될수도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합 경제위기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그의 직설 화법으로 정책방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은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한은 총재의 돌직구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혼란에 빠진 영끌족들이 냉정을 찾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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