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쌍용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중형 SUV 토레스의 기세가 무섭다. 나온 지 일주일 만에 계약대수 1만2000대에 이어, 한 달 새 3만대를 돌파했다. 쌍용차 창사 이래 최초다.

절치부심 끝에 내놨기에 자신감이 넘쳤으나 갑작스러운 흥행몰이에 쌍용차도 당황한 기색이다. 쌍용차는 11일부터 연속 2교대로 전환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토레스가 이토록 화제가 되는 이유는 일종의 ‘향수’다. 1990년대 후반 거리를 누비던, 묵직하고 강인한 코뿔쏘 ‘무쏘’를 직접 몰거나 보고 자란 이들이 스무 살쯤 먹었다.

그간 자동차의 트렌드도 변모하면서, 디자인은 점점 날렵해지고 세련돼졌다. 수많은 수입차가 쏟아지기도 했다. 투박하지만 힘센 무쏘는 그렇게 점차 잊혀졌다. 임팩트는 있으나 품질의 정교함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서 단종되고 말았다. 엎친데 덮쳐 대우그룹과 중국 상하이자동차, 마힌드라그룹, 에디슨모터스 등에 매각, 법정관리, 기업회생 절차 등을 우여곡절을 겪으며 위기의 시간을 보냈다.

이랬던 쌍용차에서 신차라니, 그것도 무쏘의 헤리티지를 그대로 계승해서. 무쏘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자”며 응원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토종 브랜드가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이 마저도 현대차‧기아의 독무대가 되어버린 현재, 토레스는 존재 자체로 화제성을 발현한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지난 5일 토레스 출시 행사장에서 “우리는 늘 이보다 더한 어려움은 없다 여기고 버텨왔다”고 했다. 이 말에 이의를 붙일 이는 없을 거다. 쌍용차의 불굴의 역사를 기억한다면 말이다.

쌍용차의 최종 인수예정자인 곽재선 KG그룹 회장도 거들었다. 곽 회장은 경영자로서의 ‘마지막 길’을 언급했다. “쌍용차는 내 경영자의 인생에서 마지막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 강한 결심이 보인다.

이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토레스 출시를 기점으로 전동화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내년 하반기 중형 SUV 전기차를 출시하고 코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KR10' 프로젝트와 전기 픽업 모델을 2024년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의 ‘오래된 시작’을 응원한다. 한국 토종 브랜드의 위상을 세워주길 기대한다. 쌍용차의 TV 광고 문구처럼 말이다. “새롭게, 쌍용자동차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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