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있는데 못 쓴다. 만들 수 있는데 못 만든다.

최근 국내 IT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글로벌 기술패권경쟁의 관건으로 꼽히는 ‘융합산업’ 얘기다.

이러한 모순은 신기술과 신산업 성장을 위한 ‘열린 규제’가 부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산업 관련 법제를 어느 정도 마련한 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증한 ‘비대면서비스’ 수요에 따라 관련 신기술을 적극 개발·지원한다. 

대표적으로 관련 규제가 느슨한 미국 등 주요국에선 IT공룡기업이 성과를 기반으로 △IT △금융 △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새로운 경제·사회 생태계를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내고 있다.

반면 법제가 미비한 우리나라 생태계에선 진일보한 발전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메타버스 △원격의료 △블록체인 등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신산업을 위해 일명 ‘규제 이민’을 떠나는 기업이 속속 생겨나는 실정이다.

원격의료는 ‘비대면 진료’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어, 관련 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이 보험수가 등 여러 법제가 구축된 선도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SW기업 관련 간담회에서 유석환 로킷헬스케어 대표가 “한국에서 규제가 없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 먼저 승인을 받아 (사업화한 뒤에 ) 거꾸로 한국으로 들여오고 있다. (한국에서 규제 개선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IT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메타버스도 아직 ‘체험형’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능입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신기술 특성상 국산 기술의 정체가 불가피한 셈이다.

국내와 해외 간 기술 격차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규제 형태’가 지목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률과 정책하는 허용되는 정도 외는 모든 것을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주로 적용한다. 

반면 주요 선도국은 명시된 법률·정책 외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금지사항을 최소화해 새로운 산업진흥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특히 다양한 산업과 관련 법제가 뒤섞이는 ‘융합산업’은 제한된 기존 범주와 기준 안에서 신사업을 영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학계에서는 “융합산업에선 인허가 기준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금지 상태다”면서 “기술이 발전하려면 생태계도 발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막연한 규제완화가 정답은 아니다.

느슨해진 규제는 여러 범죄·일탈 위험성을 높여 사회적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와 더불어 안전성과 관련한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출범 전부터 규제개혁 필요성을 역설해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최고 결정기구인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묵은 규제에 묶여 있는 업계의 족쇄를 풀어내고, 역풍을 방지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규제혁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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