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예진 기자] “5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받으면 80세 넘어서까지 빚 갚을 거예요?”

정부가 다음달 출시 예정인 신혼부부를 위한 50년 초장기 모기지론에 대한 정책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한 지인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신용카드도 만들고 나서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놓았는데 내집마련을 위해서 50년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니. 내 대답은 “절대 아니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 주재한 관계부처장관 회의에서 50년 초장기 모기지론이 부동산 대책에 포함됐다. 현재까지 보금자리론과 적격 대출의 최장 만기는 40년으로, 청년세대와 신혼부부 한정으로 제공되고 있다.

대출금 상환 기간이 10년이나 길어진 만큼 부담도 줄어들까. 원리금균등상환으로 계산한 결과, 금리가 4.4%인 상태에서 5억원을 대출받을 때 50년 만기 모기지론을 적용하면 월 상환액은 206만원이다.

40년 만기 적용 시 월 상환액 약 221만원 대비 15만원이 줄어들지만, 여전히 월 206만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는 5월 기준 서울 평균 월세인 107만원보다 92% 가량 높은 금액이다.

상환금액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늘어난 기간만큼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40년 상환시 원금을 포함한 총 이자액은 5억6357만원인 반면 50년으로 늘어나면 총 이자액이 7억3769만원까지 급증한다.

겨우 달에 15만원 줄었는데 갚아야 할 기간은 10년이나 늘어난다. 통계청에서는 평균초혼연령을 남자 33.4세, 여자 31.1세로 봤다. 중간에 이사를 가지 않는다면 정말로 눈 감을 때까지 월 200만원씩 빚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여유로운 노년이라는 단꿈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다.

몇 년전 신문에서 영국의 젊은 청년들이 ‘내로우 보트’라는 배 위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사실을 접한 적이 있다. 천정부지의 월세 가격으로 인해 집을 포기하고 젊은 세대들이 보트로 내몰렸다는 내용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곧 우리나라에서도 영국 강변에 늘어진 보트들처럼 갓길 어딘가에서 차량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천청부지로 오른 집값에 주거보다 차량을 선택한 청년들이 늘면서 청년세대의 수입차 구매가 늘기도 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개인이 구매한 차량 총 15만4501대 가운데 30대가 4만9650대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20대는 전체의 5.7%(8766대)를 기록한 바 있다. 

청년세대를 도로 한복판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정부의 주거 보장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높은 집값으로 인해 이른바 ‘거래절벽’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생애최초주택구매자 주택담보대출(LTV)를 80%까지 완화해줬지만 높은 집값으로 인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완화 없이는 자본금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집을 구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대출규제를 풀어주게 되면 다시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을 50년간 빚쟁이로 만들고 싶은가.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누구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품질 개선을 통해 ‘닭장’과 같은 부정적인 꼬리표를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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