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전략 분야로 ICT(정보통신기술)을 꼽으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주간 IT]는 어제의 기술이 퇴보된 기술로 평가받는 시대에 ICT기술을 천천히 돌아보자는 의미로 마련한 코너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기술에서 생활경제에 가장 밀접한 기술을 선정해 알기 쉽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최근 KAIST 연구진이 4차산업혁명을 위한 핵심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팅’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큐비트 제어·해독소자’를 개발해 화제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4차산업혁명을 완성할 핵심기술로 꼽히는 ‘양자컴퓨팅’.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 원리를 적용한 최첨단 컴퓨터로,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이상 빨라 현존하는 여러 난제들을 단기간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받는 최대 혁신기술 중 하나다.

기존 컴퓨터가 사용하는 정보 기본 단위인 ‘비트’는 0과 1중 하나만 값으로 가지는 반면,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는 0과 1을 함께 가질 수 있어 더 복잡하고 다양한 조합에 대한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사용하는 큐비트 수가 증가할수록 처리 계산 속도가 2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2큐비트 △4큐비트 △8큐비트로 큐비트 수가 늘면 속도는 △4배 △8배 △16배로 증가한다.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양자컴퓨터는 단순 계산에서는 기존 컴퓨터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복잡한 계산에서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암호를 모두 풀어낼 정도로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활용성으로 △제약 △화학 △금융 등 수리적인 복잡성이 높은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신약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제약업계로선 후보물질 발굴과 치료법 창출에서 관련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현재는 후보물질에 사용하는 분자가 매우 복잡해 이를 검증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기존 컴퓨터로 후보물질을 찾는데 10년이 걸릴 작업을 양자컴퓨터는 몇 분 또는 몇 시간만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유망성으로 세계 각국의 양자 연구자와 △IBM △구글 △MS 등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난도는 여전히 높다.

관건은 ‘대규모 큐비트’ 구현이다. 

IBM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100큐비트를 넘어선 양자컴퓨터를 공개하면서 가능성을 높였다. IBM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4000큐비트, 10년 이내에 1만 큐비트 이상을 탑재한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규모 큐비트’를 구현하는 데 기술·물리적 제약이 높아 실제 구현과 상용화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규모 큐비트’ 탑재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소자를 개발해 화제다.

김상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모놀리식 3차원’ 집적의 장점을 활용해 기존 양자 컴퓨팅 시스템의 대규모 큐비트 구현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3차원으로 집적된 ‘화합물 반도체 해독 소자 집적 기술’을 개발했다.

모놀리식 3차원 집적은 반도체 상하부 소자 간 정렬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3차원 기술이다. 

‘모놀리식 3차원 집적 초고속 소자’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해 온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통해 ‘양자컴퓨터 판독·해독 소자’를 3차원으로 집적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수많은 큐비트를 탑재한 대규모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서는 큐비트를 제어·해독하는 소자가 필수다. 

기존 컴퓨터와 다르게 양자컴퓨터는 통상 섭씨 영하 273도(절대 영도) 내외의 극저온에서 동작하는 큐비트 하나당 최소 하나의 제어와 해독 연결이 필요하다. 현재는 큐비트 수가 많지 않아 극저온에서 동작하는 큐비트와 상온의 측정 장비를 긴 동축케이블로 연결해 제어·해독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천 또는 수만개 이상의 큐비트를 활용하는 대규모 양자컴퓨팅에서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면 양자컴퓨터 크기가 매우 커지고 긴 연결 거리로 인해 신호손실도 커져 대규모 양자컴퓨터 구현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큐비트를 제어와 해독에 활용할 수 있는 저전력, 저잡음, 초고속 특성의 극저온 소자를 큐비트와 일대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큐비트 회로 위에 △저전력 △저잡음 △초고속 특성이 뛰어난 III-V 화합물 반도체 고전자 이동 트랜지스터(HEMT)를 3차원으로 집적해 수천 또는 수만 개 큐비트에 아주 짧은 거리에서 일대일로 연결 가능한 구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섭씨 영하 250도 이하에서 상부 제어·해독 소자를 집적하는 웨이퍼 본딩 등의 초저온 공정을 활용해 이후 하부 큐비트 회로에서 성능 저하 없이 3차원 집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소자 성능 면에서도 극저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차단주파수 특성을 달성했다. 

김 교수는 “이번 기술은 향후 대규모 양자컴퓨터의 제어·판독 회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자컴퓨터뿐만이 아니라 6G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매우 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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