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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위기론이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단기 타격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학연에서는 위기론을 의식해 본격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K-반도체’가 경쟁국의 급속한 성장과 혼돈에 빠진 국제정세 타격으로 위기론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국가전략기술이 휘청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산학연에서 인재양성에서부터 중소기업 육성까지 저변 확대를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미국 금리인상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대만 같은 경쟁국가의 급속한 성장세가 맞물려 국내 반도체 산업에 전대미문의 ‘위기론’이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글로벌 리세션(세계 경기 침체)’으로 인한 단기 타격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산학연에서는 최근 위기론을 의식해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ICT 산업의 대표 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는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국가 핵심·전략분야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달 역대 5월 중 최고치를 기록한 ICT 수출 부문에서 무려 57.5%를 차지했다. 특히 23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가 경제를 톡톡히 견인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경제를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에 최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정세가 예측불가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반도체 공급망과 미래 전망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외부 국제정세 뿐만 아니다. 내부 기술·투자문제도 제기된다.

대만의 대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은 지난 2019년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TSMC의 맹활약에 탄력을 받은 대만은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도 우리나라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파운드리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TSMC의 세계 점유율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8.3%로, TSMC(52.1%)와 3배에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직전분기에 비해 격차가 2.1% 줄었다. 하지만 TSMC가 최근 투자규모를 대폭 늘려 향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반도체 위기론, 과도한 우려인가 현실인가

이 같은 K-반도체 위기론에 대해 업학계는 ‘시각 차이’를 이유로 들며 과도한 우려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다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 성장동력은 필요하다는 것이 업학계 중론이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세계 1등’ 타이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위기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업계현황을 봤을 때 위기론은 적절치 않다.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라면서 “글로벌 금리인상 등으로 주가에 타격을 줄 순 있겠지만 장기적인 생산량과 매출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TSMC가 장악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 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미국도 ‘팹리스(반도체 설계)’ 위주로 시작해 분야를 확장해 나갔다. 반도체 전 분야에 걸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관건으로 ‘인재양성’과 ‘기초과학’을 꼽았다.

그는 “지금 국내에선 인력양성·유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아직 졸업 전인 국내인력마저 미국이 데려가는 상황”이라면서 “기업문화 또한 ‘패스트팔로워’ 형인 수직적 문화를 버리고 소통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기초과학이다. 한계에 봉착하면 결국 기초과학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면서 “3나노 공정의 수율성과 패키징 등 다방면에서 기초과학을 심도있게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면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필수라는 의견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리세션(세계 경기 침체)’ 영향으로 일시적인 타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으나, 최근 지속되는 ‘산업 위기론’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부문에 대해선 “경쟁국인 대만의 현재 반도체 인력 양성 비율은 우리나라에 비해 10배가량 높다. 장기적인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무엇보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부문에도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학연, 인프라 강화·저변 확대 ‘총력’

국가 경제의 ‘기댈 언덕’이었던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기미를 보이면서 최근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해 산학연이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대대적인 개선 움직임에 착수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부문에서 부사장 10명을 포함해 20여명에 달하는 주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매년 연말에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해온 삼성전자의 행보에 비춰볼 때, 최근의 위기론을 의식하고 타개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첫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나노미터 공정 양산에도 곧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올 하반기 양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에 이은 2위를 유지 중인 삼성전자가 TSMC와의 기술력 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현직 엔지니어가 직접 반도체 지식을 전수하고 협력사 채용까지 연결하는 ‘청년 하이파이브’ 프로그램을 통해 대대적인 인재양성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한양대학교와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산학연 교류 강화에 나섰다. 협약에 따라 한양대는 공과대학 내에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말 정원 40명 규모로 첫 신입생을 선발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위기론이 국내 산업에 후퇴 경각심을 일으켜 여러 개선 움직임을 촉진시킨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다만 최근 예고된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의 수율성 등 전방위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실효성은 계속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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