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시대가 변하면 사회 인식도 변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때가 많다.

휴대전화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과거 휴대전화는 딴짓을 위한 도구로 여겨졌고 또 통신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학생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선생님 앞에서 대놓고 만지는 것은 허용될 수가 없었고 심지어 대학에서 조차도 수업 전 반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휴대전화는 단순히 통신이나 딴짓을 위한 도구를 넘어서 대부분의 업무에 필요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당연한 권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금 금융권에서는 OK금융그룹 노조가 사측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에 반발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OK금융그룹 노조는 9일 “콜센터 직원들이 업무 중 핸드폰 사용을 금지한 회사의 조치는 위법”이라며 이를 규탄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OK금융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콜센터 업무 직원들에게만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회사비밀유지·정보보안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센터장과 팀장을 제외한 팀원들은 출근하면 바로 회사가 지정한 사물함에 휴대폰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콜센터 팀원들은 그동안 자유로운 핸드폰 사용이 제한되면서 다양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한 직원은 건강상 이유로 장기간 주기적 치료를 받고 있던 직원의 경우 병원 연락을 받지 못해 예약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고 다른 직원은 가족이 입원해서 간병을 위해 보호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병원 안내 전화를 받지 못했다.

사측은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부서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OK금융그룹 측은 “휴대기기 보관은 고객 개인정보의 분실, 도난, 유출되어 부당하게 이용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으로, 근무시간 내 휴대기기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는 유출되면 피해회복이 어렵고, 센터 근무하는 임직원의 경우, 고객 정보를 다루는 업무의 특성 상, 관련 정보 유출 시 피해가 크다고 판단하여 사전 예방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논쟁을 지켜보다 보면 이 사안에 통신권을 주장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 의문이 든다.

휴대전화 반입 금지 규정은 헌법상 통신권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것은 맞다.

인권위는 지난 2020년 11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조례 시간에 수거해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학생생활규정이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학생생활규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학교에 적용한 잣대를 직장에 들이대는 것이 타당한 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은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계약의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권리와 의무관계에서 자유롭다.

학생들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미래에 득이 되건 해가 되건 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휴대전화 사용의 제한이 불가피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이에 동의를 했다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분명히 무리가 있다.

노조는 주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면서 자신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 못한다는 논리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만 제거하면 된다.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된 직원이 가족이나 외부로부터 급하게 연락받을 일이 있다면 이를 놓쳐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측이 시스템을 개선하고 적극 협조하면 될 일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환경으로 기업에게 보안은 생명이다. 민감한 고객정보를 다루는 부서에서 업무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과거 현대차 공장에서 와이파이 사용을 제한하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한 ‘와이파이 사태’는 전 국민적 웃음거리로 남았다.

이제는 국민들이 노동자가 무조건 약자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어떠한 주장을 해도 노동자 편에 서는 시대는 지났다.

한 영화에서 등장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는 말은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듯 하다.

공적인 관계든 사적인 관계든 자신이 주장하는 권리가 정당한지 냉정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 관계가 건전하게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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