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지난 29일 NHN 소액주주들이 이준호 회장 자택 앞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경영진은 자진사퇴 하라”고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전정보를 들었는지 이준호 회장 자택은 비어 있었다.

네이버의 전신으로 알려진 NHN은 김범수(현 카카오 의장)·이해진(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한 IT 기업이다.

2013년 8월 네이버(NAVER)와 NHN엔터테인먼트가 분할·독립한 이후 이준호 NHN엔터 회장은 2019년 4월부터 사명을 다시 NHN으로 바꾸고 온라인‧모바일 게임 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이어오고 있다.

두 기업(카카오·네이버) 시가총액만 85조원에 육박하는 ‘한 지붕 형제들’ 만큼 성장하지 못해서가 문제는 아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잇속만 챙기는 경영진의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NHN은 2016년 흑자전환 이후 현재 분사 당시보다 매출 규모가 5배나 증가했다. 지난해엔 연매출 1조원도 돌파했다. 하지만 주가는 9년째 제자리 걸음은커녕 뒷걸음질하고 있다.

분할 직후 7만5421원(유·무상증자를 반영한 수정주가)이던 NHN 주가는 2022년 5월 31일 기준 3만175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사업 핵심 영역을 모두 네이버에 두고 분사한 회사라는 평을 받으면서다. 2013년 8월 29일 재상장 첫날부터 시초가가 밴드 하한선에서 결정되고,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폭락한 바 있다.

반면 네이버는 분할 첫날부터 기준가(29만1500원) 대비 56.4% 급등 출발해 48만원에 마감했고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80만원대를 돌파했다. 2018년 1대5 액면분할 이후에도 지난해 7월 46만50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기간 5만8300원(수정주가)에서 현재까지 393% 오른 셈이다.

회사 핵심 부문의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반복하면서 시가총액도 1조2000억원가량에 머물러 있다.

NHN는 2013년 PC온라인·모바일 게임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3개의 자회사를 신설한 데 이어 2017년에는 간편결제 NHN페이코를, 2021년에는 NHN두레이를 분사했다.

올해 4월에는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NHN클라우드를 물적분할하기도 했다.

2015년엔 3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훼손하고, 심지어 독립 후 현재까지 결산배당을 단 한 번도 지급 하지 않았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태를 9년간 이어오는 동안 이 회장은 지분 확대에만 집중했다.

3월 말 기준 이준호 회장은 최대주주(680만주)로 지분 18.12%를, 제이엘씨와 제이엘씨파트너스가 각각 14.66%, 10.66%씩을 보유하면서 2, 3대 주주에 올라있다. 국민연금공단이 243만649주로 6.5%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제이엘씨·제이엘씨파트너스는 이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다. 지난 2014년과 2016년 설립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이어 이 회장의 두 자녀가 각각 2.67%씩, 아내 권선영씨가 0.38%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 회장과 그의 가족이 보유한 NHN엔터 지분만 49.16%에 이른다. 가족을 제외한 특수관계자 등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이 회장의 지분은 전체의 49.70%다.

소액주주들이 ‘피눈물 난다’고 호소할 만하다. 대부분 기업 성장성과 이 회장을 믿고 대규모 유상증자와 물적분할 등 전횡에도 물타기로 버텨가며 몇년씩 기다린 투자자들이다.

윤석열 정부는 물적분할 등 기업 재편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분할자회사 상장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 검토를 예고한 바 있다. 단연 NHN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공공연한 사례 중 하나란 의미다.

더 많은 목소리들이 모여 현실을 인식하고 바꿔나가야만 한국 주식시장에도 미래가 있다. 당국의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은 기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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