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예진 기자] 몇 년 전 복지단체를 통해 후원하던 아이가 후원자에게 고가의 롱패딩을 요구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양상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아이가 염치없이 너무 비싼 후원 물품을 바란다며 가난의 프레임을 강요하거나 그 나이 또래에 갖고 싶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하거나.

정부가 정한 주거 취약 계층이 이와 같다. 기준선 안에 들어오지 않지만 분명한 주거 취약계층임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가난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책 대상을 피해 간다. 선거철만 되면 모든 청년에게 돈을 지원해주겠다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일례로 주거안정월세대출은 사회초년생은 부부합산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자여야만 대출 가능하다.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은 연봉 2297만원 이상을 받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청년주거 정책도 예로 들 수 있다. 정부가 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한시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소득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당 제도는 1인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 116만원 이하인 만 19세~34세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 최저시급 9160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봐도 일반적인 월급은 191만4440원이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최대가 아닌 최소 임금을 보장해주는 제도임에도 그보다는 적게 벌어야 한다.

지원 기준도 보증금 5000만원, 월세 60만원 이하로 산정했지만 정작 청년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월세 평균은 90만원대를 넘어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지역 종합주택의 평균 월세가는 107만5000원, 수도권은 94만7000원을 기록했다. 경기도와 인천 월세가는 각각 90만1000원, 75만7000원이었다. 반면 지방권은 서울의 절반 가량인 56만8000원이다.

서울은 지방보다 평균 월세가 대비 2배가량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거 환경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청년 주거정책의 현황과 개선과제’를 보면 주택 외 거처(오피스텔·고시원·숙박업소 객실 등)에 거주하는 청년가구 비율도 수도권이 더 높았다. 

수도권 지역 청년가구 17.4%가 주택 외 거처에 거주하는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8.8%로 차이를 보였다.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 역시 수도권은 3.7%인데 반해 비수도권 지역은 0.1%에 그치면서 37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수치화된 가난의 프레임에는 이러한 실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도권은 지방보다 평균 월세가 비싸니까, 가난하면 최저임금 정도는 못 받아도 된다는 빈곤 포르노가 잠재된 셈이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주진 못하더라도 가난하지 못했으니 주거안정을 바라지 말라는 식의 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주거 지원의 기준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청년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이 더 쾌적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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