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어릴적 두발자전거에 입문한 뒤 체인이 빠진 바퀴가 헛돌아 중심을 잃고 넘어진 기억이 있다.

바퀴가 동력을 받기 위해선 체인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구동원리를 처음 체험한 순간이다.

아무리 품질 좋은 바퀴와 선수급의 조종사가 있어도 앞·뒷바퀴가 체인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면 허울뿐인 이동수단인 셈이다. 

최근 과학기술계의 탄식을 접하면서 체인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과학기술계에 성장동력을 전달할 ‘체인’이 부재해서다.

지난 1일 새 정부는 초기 인선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실 슬림화’를 목표로 실무진 수를 최소화하면서 과학기술계가 촉구해 온 교육과학수석을 무산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내세운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과 ‘과학기술 리더십 강화’ 공약을 고려해보면 맞지 않는 출발이다. 역대 정부가 보좌·비서관 제도로 과학기술을 관리해온 점에 비춰봤을 때 혁신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과기부총리제’에 대한 촉구와 기대도 이어졌으나 이에 대한 언급도 없어, 역시 무산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대통령실에 교육·과학기술비서관이 있어 굳이 수석을 따로 만들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과학기술 수석이 필요하다는 국민 요구가 늘면 나중에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과학기술계는 이번 발표로 실망감과 아쉬움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과학기술 홀대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매 정부에서 과학기술이 사회·경제 현안에 밀린 것처럼, 이번 정부에서도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나”면서 우려를 표했다.

과학기술계는 토론회와 포럼 등으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책 집행에 추진력을 더할 수 있는 부처와 직책 신설을 골자로 한다. 매 정권마다 과학기술 정책과 지원이 여러 관계부처로 분산돼 집행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기존과 같은 행정 중심 체제에서 과학기술 정책이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과학기술 정책과 집행권자의 지위가 한층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계 중론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이 시점에 과학기술 정책은 단순함을 넘어 고착화된 거버넌스를 개편할 수 있는 혁신성이 절실하다.

혁신은 완전히 바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선도형 국가’라는 목표가 단순 슬로건으로 퇴색되지 않기 위해선 혁신이 미덕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혁신성을 앞세운 테슬라가 적자난을 이어오다 지난해에야 흑자로 전환한 점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단기성과가 아닌 장기 성장을 위한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체인 빠진 바퀴’는 얼마 안가 힘없이 쓰러진다. 방향을 제시하는 앞바퀴와 동력을 제공하는 뒷바퀴의 존재 가치는 체인으로 완성된다.

과학기술 현안에 대입하면 과학기술 정책과 이를 구현해낼 뛰어난 과학자가 있어도, 이를 꿰어줄 연결고리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새 정부 임기 5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이제 시작이다. 새 정부가 과학기술로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체인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성공한 정부가 되는 지름길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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