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메드 딥ASR을 활용해 의료영상을 판독하고 있는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 [사진=뷰노]
뷰노메드 딥ASR을 활용해 의료영상을 판독하고 있는 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 [사진=뷰노]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의료기술와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융합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의료AI’의 기술·사업성 부문에 호재가 이어지면서 업계에 훈풍이 전망되고 있다. 다만 융합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데이터 접근과 개방성이 한층 제고돼야 한다는 아쉬움이 공존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의료AI 부문에서 기술·사업력 입증 사례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도약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의료AI는 환자들의 △의료 △유전 △환경적 데이터를 한데 모아 △진단 △예측 △치료를 통해 ‘개인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둔다. 

특히 치료효과와 정확성 향상은 물론,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감소시켜 의료 업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CT와 MRI 영상 등을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뷰노와 루닛이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뷰노는 뇌·폐·망막 질환 등의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AI 영상솔루션과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AI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질환 조기발견부터 치료법 제시·예후 개선까지 폭넓은 질환 대응을 목표로 한다.

뷰노는 AI 고도화·시장확대와 관련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뷰노는 남미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 지역 최대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 전문기업 비주얼메디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유럽 CE인증을 획득한 의료영상 진단 보조 AI 솔루션 4개인 △뷰노메드 본에이지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 △뷰노메드 흉부CT AI △뷰노메드 딥브레인 제품의 남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정밀의료 관련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등 AI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의료AI 혁신기업인 루닛은 암 진단·치료를 위한 AI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정확한 암 진단과 치료효과 예측을 통한 ‘맞춤형 치료’를 목표로 한다.

최근 해외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3월 글로벌 기업인 로슈,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AI 유방촬영술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에 대한 중동지역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다.

지난달 27일에는 AI 병리분석 솔루션 ‘루닛 스코프 PD-L1 TPS’가 유럽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하면서 기술력 입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100만개 이상의 암세포 이미지를 학습한 AI를 기반으로 면역항암제의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데에 객관성과 정확성을 더한다.

이 밖에도 딥노이드, 딥바이오 등 여러 의료AI 기업에서 자체개발 솔루션을 기반으로 사업·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접근 가능한 데이터는 ‘제한적’…범주 확대·개인정보 보호 병행 필요성

이 같은 괄목할 만한 글로벌 성과에도 업계에서는 AI개발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전반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선 AI 구축에 필요한 빅데이터 접근·개방성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개정된 이후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의료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 활용 절차가 복잡하고 임상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공공기관 중심의 제한적인 데이터 공개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데이터 구축·제공부터 판매까지 활성화돼 있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보면 극히 보수적인 접근법으로 비춰진다. 

여러 대형병원에서 EMR(전자의무기록)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해 놨지만 활용과 공급에는 미온적인 모습이다. 국내 병원과 임상연계가 활발한 일부 선도기업을 제외하곤 데이터 축적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업계는 의료데이터 개방과 절차에서 범부처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십수년 전부터 축적돼 온 의료데이터의 질적인 측면에선 문제가 없다. 산업계 접근이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업계가 필요한 임상데이터를 확대 개방하고, 복잡한 활용 절차·인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데이터의 실효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선 유료 데이터까지 구매할 의사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병원의 데이터 활용을 범부처적으로 적극 유도해 데이터 창구를 계속 넓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와 기술을 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데이터 개방에 조심스러운 것은 결국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이라면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개발·도입하고, 피해책임에 대한 규정도 유연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학적 측면에서 기술·실효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데이터 개방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해 의료 데이터를 통합해 제공할 수 있는 공통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규제당국은 데이터의 연결·개방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빅데이터정책분석팀 관계자는 “현재 의료AI 업계와 관련한 지침은 적용되는 산업분야에 따라 여러 관계부처로 분산돼 있어 일괄적이진 않다”면서 “식약처에서는 API(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식의 데이터로 연결성을 강화한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개인정보 유출 방지 제도·기술에 대해서 “식약처가 제공하는 의료데이터는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기업의 민감 데이터도 포함돼 있어 다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개인정보 유출 방지 기술·제도 도입을 위한 기획단계로, 관련 개선방안을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AI 기술성장에 사업성 ‘청신호’

한편, 최근 의료AI 분야를 향한 제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 사업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기술영향평가 대상으로 정밀의료를 선정한 이후 올해 혁신의료기술의 급여화를 추진하는 등 관련 제도개선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의료AI 기업의 사업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최근 업계에 △기술성 △시장성 △사업타당성 등을 평가하는 ‘기술성 평가’ 부문에 호재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기업상장 추세가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뷰노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이후 업계의 ‘기업상장 행보’에 가속도가 붙었다.

루닛은 지난해 6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A’를 획득했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 중 최고등급을 받은 첫 사례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달 22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상반기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의료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도 지난해 11월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면서 기업상장을 위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기업상장은 주식을 통해 자본·투자금 조달 창구를 늘릴 수 있어 기업성장에 필수적인 교두보로 꼽힌다. 

의료AI 분야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뷰노와 루닛의 연 매출액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비춰봤을 때, 최근의 기술·사업성 관련 호재는 산업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국내 의료AI의 활용성과 시장성은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AI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연 40%대로 성장해 오는 2027년 약 995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디지털헬스케어 시장도 지난 2020년 44억달러에서 오는 2026년 423억달러까지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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