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한울 기자]
4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열린 ‘2022 STEPI 글로벌 심포지움’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참석 인사들. [사진=전한울 기자]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글로벌 기술패권시대에 대응하는 과학기술 혁신을 위해 개방·창의성에 기반한 ‘정책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4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개원 35주년 ‘2022 STEPI 글로벌 심포지움’을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해: 과학기술혁신정책의 새로운 방향과 도전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글로벌 심포지엄은 과학기술 혁신정책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책 이행 단계에서 고려돼야 하는 중요 의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과학기술이 산업·안보·외교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기술개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에서부터 성과평가까지 임무지향적인 R&D 체계를 도입하는 등 ‘문제 해결사’로서의 과학기술 활용을 유도해야할 것”이라면서 “오늘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사회가 맞이한 여러 정책환경 변화를 진단하고 방향성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급변하는 대외적 환경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정책 도약과 전환이 절실해졌다”면서 “효율적인 기술활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과학기술 혁신성과를 국가혁신으로 연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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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열린 ‘2022 STEPI 글로벌 심포지움’에서 영상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로버트 앳킨슨(Robert D. Atkinson)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회장. [사진=전한울 기자]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로버트 앳킨슨(Robert D. Atkinson)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회장은 ‘한국의 향후 과학기술 도전과제(Korea’s Next Science & Technology Challenges)’라는 주제로 국내 산업의 취약·문제점을 분석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앳킨슨 회장은 “4차산업혁명을 통해 여러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산업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은 컴퓨터와 전자·광학장비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전세계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왔으나, AI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축적돼온 기계·전기·전자 관련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소프트웨어 부문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산업 고도화의 관건으론 ‘개방적 혁신’을 제시했다.

앳킨슨 회장은 “현재 미국의 R&D 포트폴리오는 산업 전반으로 퍼져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면서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비중이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 성장까지 연계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높은 수준의 개방적 혁신이 필요한 때”라면서 “R&D 혁신을 중소기업·스타트업까지 광범위하게 퍼트려 스타트업의 ‘유니콘화’까지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 혁신간 대학의 역할·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는 기금조성부터 산학협력, 성과평가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연계된 구조가 형성돼 있어 여러 대학의 적극적인 기술이전·특허출원이 활성화 돼 있다”면서 “한국도 대학의 ‘인재양성’ 기능과 산업발전간 접점을 찾아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규제와 R&D 혜택 부문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앳킨슨 회장은 “한국의 R&D 세제해택 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절반 이하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 신생산업을 과하게 옥죄지 않는 ‘창의적 와해’에 기반해야 미래 산업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열린 ‘2022 STEPI 글로벌 심포지움’에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는 국내외 패널들. [사진=전한울 기자]
4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열린 ‘2022 STEPI 글로벌 심포지움’에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는 국내외 패널들. [사진=전한울 기자]

이후 패널토론에서는 향후 추진해야할 국가혁신시스템에 대한 국내외 과학혁신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앤드루 그로토(Andrew J. Grotto)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최근 심화되는 미중갈등 리스크에 대해 굳건한 동맹관계에 기반한 협력체계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로토 교수는 “중국은 미중갈등이 심화될수록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라면서 “중국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선 동맹국간 보다 심층적이고 심오한 협력을 통해 적절한 정책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간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집단혁신의 지속성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보노타스(Nicolas S. Vonortas)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는 과학기술정책과 산업확대·발전간 연계성을 강조했다.

보노타스 교수는 “해외 주요국들의 과학기술정책은 △경제성장 △기술사업화 △일자리 창출 △R&D 모두를 연동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러한 접점을 강화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게 된다면 한국은 여러 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 문화에 기업가 정신을 심고 스타트업 양성·지원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회복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DGs 혁신연구단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적인 공동비전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역동적인 R&D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산학연간 연관고리가 취약해 지식·기금·인적자원 관련 체계가 부족하며, 효과적인 기술이전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문제에 대한 해답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고 말했다.

그는 개방성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공적 R&D 부문에서는 연구체계간 소통이 부족해 담합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연구체계가 어느정도 안착되면 일정부분 카르텔이 형성되고, 기금 혁신성이 줄어들어 R&D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연구시스템엔 역동성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위험과 실패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개방성과 다양성을 강화해야 투명한 의사결정에 기반한 역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첫 번째 세션에서 첫 발제를 맡은 앨런 파익(Alan Paic) OECD 선임 정책분석가는 ‘지식 리더십을 확보하는 한국의 향후 방향성’이란 제목으로 한국의 국가혁신시스템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정부지원과 공공부문의 혁신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경제 리더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정부와 산업계에서 경제 생산성을 높이는 R&D 투자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인공지능연구센터장인 한남식 교수가 ‘치료제연구를 위한 개방혁신 바이오 생태계’라는 제목으로 AI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산학간 협력을 통해 이뤄진 ‘AI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성공사례를 소개하면서, 이제는 AI기술이 국가의 안전과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경제사회의 제반문제에 대한 연구·분석을 통해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수립과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설립돼 올해 개원 35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87년 과학기술처 산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과학기술정책연구평가센터(CSTP)로 첫발을 내딛었으며, 1993년 5월 과학기술처 산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로 개편됐다가 1999년 5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으로 발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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