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연구진. [사진=대웅제약]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제약업계가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버스터급’ 국산신약 출시를 목표로 세계를 향한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신약개발 전주기를 아우를 수 있는 범정부적인 통합지원과 고도화된 규제과학이 관건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승인된 임상시험 건수는 842건으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특히 △2019년 714건 △2020년 799건 △2021년 842건으로, 지난 3년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신약개발을 향한 업계의 높아진 관심을 방증했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양적성장 이면에는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다.

10년 이상의 기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수만분의 1이라는 극히 낮은 확률을 지닌 신약개발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제약사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업계가 단기적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복제약 사업에 치중하면서 ‘제네릭 난립’ 문제로까지 이어졌던 이유다.

복제약 점유율이 치솟은 업계를 향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지난해 7월 규제당국은 ‘1+3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한’ 등을 통해 복제약 규제를 강화했다. 복제약 개발간 동일한 임상시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품목 수를 3개로 제한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후 업계에 ‘결국 신약개발이 답이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고 신약개발은 가장 현실적인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게 됐다. 업계는 현재 매출액의 10~20%를 R&D(연구개발) 부문에 투자하고 있으며 투자비용은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목표는 단연 해외시장 진출·확대다.

2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1년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679건 중 다국가 임상시험이 412건(60.7%)으로, 전년 대비 16.1% 늘어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높은 재정적 리스크를 감당하기 버거웠던 기업들도 최근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과 협약 등을 통해 공격적인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면서 “안정성 보단 도전의식이 강조되는 시대를 맞아 기술수출 등 다양한 방안을 총동원한 신약개발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산신약 역대 최다…‘신약 대세론’ 등에 업어

지난해에는 총 5개 품목의 국산신약이 허가됐다. 

구체적으로 △역류성 식도질환약 ‘펙수프라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레그단비맙’ △급성기관지염약 ‘백부근’ 등 한약추출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에플라페그라스팀’이다.

국산신약 허가 품목 수를 처음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반면, 같은 시기 복제약 허가 품목 수는 41% 감소해 ‘신약개발 대세론’에 한층 힘이 실렸다.

현재 업계에선 희귀·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20개의 임상승인을 획득해 국내 최다 승인기록을 보유한 종근당은 현재 항암이중항체신약 ‘CKD-702’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물질은 암세포주에서 암을 성장·증식시키는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를 동시에 억제하는 항암이중항체 치료제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타깃으로 국내 1상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와 헌팅턴증후군 치료제 ‘CKD-504’ 등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샤르코마리투스는 손과 발에 변형을 일으키는 희귀유전 질환으로, 관련 치료제 개발 사례는 전무한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장기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리뷰 단계를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최종허가 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항암신약인 ‘포지오티닙’의 FDA 승인 여부는 오는 11월경 결정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YH25724’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 △면역항암 이중항체 ‘YH32367’ 등을 개발 중이다. 올해 본격적인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국산 신약으로 품목 허가를 획득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에도 박차를 가한다.

대웅제약은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개발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CAR-NK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유씨아이테라퓨틱스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난치성 질환을 타깃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더불어 한올바이오파마와도 면역·항암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치료법으로 꼽히는 ‘세포 리프로그래밍’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선 항암 타깃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신약 파이프라인 질적도약 ‘과제’…지원 연계성 강화 ‘관건’

업계는 신약 파이프라인의 양적성장을 질적도약으로 연계시켜야 하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늘어난 임상시험과 활성화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선진국형 R&D 구조가 어느정도 형성됐지만, 신약개발 전주기를 아우르는 정책·재정적 지원의 연계성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하면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신약까지는 갈 길이 한참 멀다”면서 “업계 내부적으로 여러 호재가 나타나곤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은 3% 내외로 여전히 낮으며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톱 5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기술력과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선 범정부적인 노력으로 ‘R&D 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확고한 위상을 지닌 콘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분산돼 있는 여러 정책과 담당부처를 통합해 신약개발 전주기간 효율적인 지원·투자와 평가 등이 이뤄지게끔 해야 한다”면서 “특히 초대형 메가펀드를 신속하게 조성해 재정 한계성을 극복하고 관련 성과와 매출이 다시 신약개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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