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재춘언니, 실물보다 포스터가 나은 거 같아.”

다큐멘터리 영화 ‘재춘언니’를 관람하러 간 날 우연히 무대인사를 위해 참석한 이들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게 됐다. 친근한 영화 제목으로 먼저 접한 남성 임재춘씨는 첫인상 역시 애칭처럼 서글서글하고 뭔가 설레고 활기찬 느낌이 전해졌다.

평소 영화를 볼 때 줄거리나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하는 타입이다. 잠시 후 상영이 시작되고 나서야, 이 다큐멘터리가 기타 브랜드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의 13년간 투쟁을 기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회사는 지난 2007년 경영상 이유를 들어 직원을 무더기로 해고하고 국내 공장을 폐쇄했다. 비용절감이란 명목 하에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다. 해고노동자들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2012년 대법원은 ‘미래에 다가올 경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는 유효하다’고 당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렇게 거대한 벽에 부딪힌 셈인데도 이들은 그 후 7년이나 더 투쟁을 지속했고 결국 지난 2019년 해고 무효를 인정받았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주인공을 응원하는 마음보다는 저렇게까지 하지 말고 그만 털어버렸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러면서 길 위에서 만났던 여러 투쟁이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는 택배노조 관련 CJ대한통운 사태, 한화생명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보험설계사의 천막 농성과 배달 라이더의 현장 안전조치 마련 요구 행진, 코스트코의 급식 재개 등, 처우개선 교섭요구가 있다.

다수의 투쟁은 회사가 아예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도 없고 주장마저 그럴 듯 하게 선전하곤 한다. 이러한 프레임 싸움이 항상 있었고 어떤 사안은 희망이 없는 길로 가는 게 보이기도 했다.

영화 속 ‘재춘언니’는 무리 중에서도 소심하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였다. 그러나 그는 13년 동안 동지들의 밥을 챙겨주며 긴 세월을 견뎌내고 또 견뎌냈다.

공장을 옮기거나 혹은 사업영역이 바뀌는 일은 비단 콜트콜텍만의 일이 아니다.  어떤 기업이든 30년 동안 일한 직원을 부당하게 해고해선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해고의 이유가 그럴듯 해보여도 사이비일 뿐이다.

기업이 애초에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경영을 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수많은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안들 또한 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고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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