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정성화 기자] 지난 3월 애플 TV+를 통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는 한때 기업 가치가 470억달러에 달하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유니콘 기업으로 선망받았던 위워크의 실화를 담고 있다. 

위워크는 도심 한복판에 혁신적인 젊은 인재라면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내며 공유 경제의 신화를 써내려갔다. 그러나 2019년 기업가치가 80억달러수준으로 떨어지며 위기에 봉착했다. ‘부동산계의 우버’라 불리던 위워크는 어쩌다 파산 직전까지 몰리게 됐을까.

위워크는 스스로를 테크 기업으로 정의하고 디지털 선도 기업을 표방했지만 사실 그 본질은 기존의 부동산 기업에 가까웠다. 에어비앤비의 경우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해주는 것만으로 수익을 얻는 반면, 위워크는 반드시 실물 건물을 임대해야 했고, 사무실 유지를 위한 각종 서비스에도 계속 투자해야 했다. 언뜻 보면 테크 기업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본질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성공률은 전통적 산업의 경우 4~11%에 불과하고, 기술·미디어 산업 조차도 26% 정도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키오스크로 비대면을 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한다. 하지만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이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바꾸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하는 것일 뿐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아니다.

‘살아남는 것들의 비밀’의 저자 윤정원은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무늬만 디지털 전환 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고, 프로세스를 바꾸고,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그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 먹거리,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 윤정원은 10여 년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영인들과 기업 교육에 앞장선 디지털 혁신 전문가다.

그가 경영 현장에서 만난 경영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을 따라갈 수 있는가’였다.

이에 저자는 ‘기술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장시켜줄 도구이지, 기술 자체를 핵심으로 가져갈 수 없다’고 조언한다. 기술을 공부하고 기업에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접목하고 확장할 수 있을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한 것, 신세계그룹이 굵직한 인수합병을 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며 ‘신세계 유니버스’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 나이키가 탈아마존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D2C를 시작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저 앱과 플랫폼을 만든 것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기업의 진짜 전략이 숨어 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소상공인들의 투명한 금융 데이터를 확보해 금융 기업 본연의 매출을 확대했고, 신세계는 고객을 하나의 플랫폼에 묶어 지속 가능한 경영을 도모했다.

나이키는 제조업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며 콘텐츠 시장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비즈니스 생태계를 바꿔버렸다. 이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의 목적은 테크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이 등장하는 코끼리 우화가 있다. 저마다 어떤 부위를 만지느냐에 따라 코끼리를 전혀 다르게 묘사했다는 이야기다.

이 우화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시사점을 준다. 빅데이터, NFT, 메타버스 등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우리는 저마다 자신이 경험한 기술이 정답이고 다음 먹거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그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기업 앞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라는 거대한 코끼리가 서 있고, 그것이 내가 하는 일과 우리 기업의 정체성과 접목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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