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남석 기자]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 사이 갈등으로 기약도, 이득도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갈등의 핵심은 공사비다. 현 조합 집행부는 이전 조합장이 시공사업단과 체결한 새로운 도급공사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갱신된 공사비는 이전 금액 대비 약 5600억원 늘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당시 설계를 변경하면서 공사비 역시 변했고, 현재 변경된 설계를 가지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바뀐 공사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900여 가구 증가, 신규 상가 조성 등 변경된 설계를 반영하려면 공사비는 당연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툼은 결국 3년여간 진행된 공사를 멈춰세웠다. 시공사업단은 공사중단을 예고하면서 공사 재개 조건으로 공기지연 책임 인정, 사업재원 마련, 변경계약 인정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조합 집행부는 더 강한 카드를 내밀었다. 10일 이상 공사를 중단할 경우 총회를 개최해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시공단 관계자는 “새로 들어선 조합이 이권에 개입하기 위해 수를 쓰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2년 전에 다 정해진 내용을 이제 와서 무효라고 하면 그 계약 이후 진행된 공사는 잘못된 공사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조합 집행부와 사업단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반 조합원들과 청약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둔촌주공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은 지난 2006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2010년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실제 착공에 들어간 것은 시공사가 선정된 후 9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경우 착공 시점에 분양을 진행해 조합원 수익과 정확한 입주 시점이 정해진다. 하지만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또 기다려야 했다.

이번엔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HUG가 책정한 분양가가 조합이 원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하면서 또다시 조합원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지에서 나오는 일반분양 물량을 기다렸던 수요자 역시 청약 통장을 다시 집어넣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당시 조합 집행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쌓였다. 결국 이전 조합장이 해임되고 현 조합 집행부가 들어섰다.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빠른 분양’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공사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면서 분양 일정도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시공사업단이 일반 조합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공사중단 설명회’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기자 앞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시공사만 선정되면 빨리 끝날 줄 알았는데 착공까지 9년을 기다렸고, (현 집행부가)분양을 바로 진행할 것처럼 얘기하길래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상황만 악화됐다”며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냥 빨리 분양을 하고, 공사를 끝내고, 내 집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조합이나 계약에 문제가 있으면 고소든 고발이든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트집을 잡아 그들이 원하는 업체를 끼워 넣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탄다”며 “전세 만기 시점이 다가와서 새로 계약을 해야 하는데 몇년 계약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여전히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만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조합 측은 사업단이 협의 요청을 받지 않는다고 하고, 사업단은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결국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공사가 멈춰진 기간에도 공사비와 이자는 발생한다. 결국 조합원의 이득이 줄어들고, 시공사업단 역시 돈이 묶이는 기간이 길어진다. 기나긴 법정으로 간다면 양측 모두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 뻔해 보인다. 일반 조합원을 볼모로 한 싸움을 하루 빨리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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