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첨단을 걷는 시대다. AI 인공지능, AR 증강현실, VR 가상현실 등 SF 영화에서나 봤던 기술들이 현실이 됐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도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앞차와의 거리를 측정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바르게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측면에서 끼어드는 차를 알려주고, 후진 중 장애물을 감지하고 차가 멈춘다. 내비게이션은 3D를 넘어 실제 도로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고, 운전자의 눈동자를 인식해 계기반(클러스터)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까지는 아직이지만,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현실을 고려하면, 차에 타서 “집으로” 한마디 하고 시트에 기대어 독서를 하거나 한숨 잠을 자고 일어나면 집에 도착해 있을 시대도 머지않았다.

그렇다. 기술의 발전은 분명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그만큼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문명의 이기라고 표현하지만, 편리한 만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아무리 첨단의 기술이라고 해도 본질을 가려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계기반에 3D 그래픽과 운전자의 동공을 추적해서 졸음운전을 방지해줄지라도, 계기반이 먹통이 돼서 화면이 꺼진다면?

특히 최근 출시된 자동차들은 대형 디스플레이 창이 적용돼 속도, 에어컨·히터 공조기, 내비게이션 등 자동차 주행에 필요한 통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심미적인 편의성은 장점이지만, 고장 시 위험할 수 있다.

물론 고장이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누군가에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필자의 가족이 타는자동차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차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고, 화면 정보만 확인할 수 없었기에, 일단 주행을 유지하면서 안전한 장소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시동을 끄고 기다렸다가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화면이 나타나지 않았다. 귀가 중이었기에 일단 차의 속도는 휴대폰 내비게이션 앱을 구동해 확인하며 집 주차장에 도착했다.

제조사 AS센터에 문의 후 방문하고자 했는데, 다음날 시동을 켜보니 다시 화면이 돌아왔다. 시간을 내서 AS센터에 방문 예정이지만, 전자장치 부분이 기록이 남아 당시 상황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 ‘지금은 잘 작동한다’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지 다소 걱정스럽다.

기업은 자사의 경쟁력 강화와 이윤 추구를 위해 끊임없이 신기술을 적용하고, 관련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기업은 이와 같은 기술의 장단점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하고 기술력에 걸맞는 고객응대가 필요할 것이다. 최첨단 기술의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해놓고 이에 대한 AS, CS 대응을 못하거나 뒷짐 진다면 문제가 있다.

과거처럼 정비센터에서 “허허 이게 새로 적용된 기술이라···” 뒷머리를 긁적이며 얼렁뚱땅 넘어가던 시대가 아니다. 

이제 소비자는 똑똑해졌다. 완벽히 준비된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돼야 한다. 완벽을 기하려는 노력에도 고객이 실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문제지만, 문제 발생 후 대처도 중요하다.

최근 필자의 지인은 새로운 방식의 자동차 보험을 가입했다가 곤란을 겪었다.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받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플러그(기계)를 자동차의 시거잭에 끼워두면, 자동차 주행 신호를 인식해, 주행거리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짧은 주행거리의 운전자가 이와 같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면 운전자 입장에서 분명 유리한 보험 상품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응 매뉴얼은 다소 아쉽다.

이 차를 정비센터에 이동하면서 탁송기사나 정비센터에서 플러그를 뽑아 분실된 상황이 생겼다. 보험사에서는 신호가 인식되지 않기에 하루 수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며, 하루 기본 주행거리 500km를 달린 것으로 갈음하겠다는 안내만 지속했다. 

이 차는 정비센터에서 자동차 시세보다 수리비가 더 들어가게 돼 폐차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때부터 플러그의 행방을 알 수 없었는데, 이 플러그가 다른 차에 장착된 것인지, 누군가 호기심에 뺐다가 버려져 쓰레기차를 타고 계속 이동을 한 것인지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보험사 고객상담센터에서는 주행거리가 하루 몇십km씩 늘어났다고 안내를 받았다. 고장이 나서 폐차장에 서 있던 차가 일주일간 몇백km를 주행했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차주는 정비센터나 폐차장 직원이 본인의 차를 타고 돌아다닌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이르게 됐다. 폐차장에서 찍은 주행거리와 인증샷 사진을 보내도, 보험사 고객센터에서는 주행거리 신고가 그렇게 잡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IT기기와 기술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의 경우,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험사로부터 시간대 별로 받아본 주행거리가 1분에 50km를 주행한 것을 확인하고, 재차 고객상담부서가 아닌 기술파트 현업을 연결해 달라고 상담 강도를 높였다. 몇 번의 추가 상담을 통해 폐차장에 입고됐다는 확인서를 보내주는 것으로 주행거리 0으로 리셋이 가능했고 이 과정은 일주일 이상 소요됐다.

IOT 기술력을 자랑하며,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내는 시도는 좋다. 하지만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 없이, 고객상담센터의 미흡한 응대는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고 해당 기업의 응대 매뉴얼 스크립트는 발전할 것이다. 고객의 불편과 손해는 감수한 채 말이다.

기업도 소비자도, 편리하고 발전된 기술력만큼 반대급부도 고려한 선택을 했으면 한다.

오정민 오토비즈컴 대표

<저자 약력>
- 현 오토비즈컴 대표
- 현 고려대 온라인마케팅 겸임교수
- 전 현대캐피탈 오토인사이드 대표
- 전 SK엔카 팀장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