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品格)이라는 단어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고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품위, 품격 높은 상품을 의미한다.

한자의 품(品)을 해석해보면 입구(口)자 3개가 모여있을 정도로 여러 사람이 의견을 주고받아, 좋은 상품이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무쪼록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및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이슈에 대기업과 매매업계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그 주변에서도 품격 있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중기부의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결정이 만장일치는 아니었더라도 (지정 5표, 미지정 8표, 기권 1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데 허들은 사라진 셈이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자동차매매업 중고차 단체는 이번 미지정 결정 후 곧바로 성명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력직 인수위원회 집무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품격 있는 시위 집회의 모습이다. 대기업 진출로 인한 현대 기아차 독과점 반대,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에 대한 유감의 표현이 적힌 현수막이 전부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침에 따라 소규모 인원이 모여, 같은 색 티셔츠를 입고 통일감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매매업계의 대응에도 대기업 입장만을 두둔하는 일부 언론과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행태가 다소 안타깝다. 필자도 과거 기자 생활을 했기에, 데스크의 기사 타이틀 권한, 독자와 광고주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 해도 대기업 입장의 내용만 가득 채운, 중기부 보도자료에도 거론된 매매업계 입장을 찾을 수 없는 기사를 보면 당황스럽다. ‘매매업계가 허위매물로 밥그릇을 찼다’느니, ‘영세업종 프레임이 먹히지 않은 자업자득’이라는 표현은, 마치 중고차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 실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개인 블로그도 아닌 포털뉴스제휴평가위 심사를 통과한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언론사에서 어떻게 이렇게 편파적 기사를 송고, 게재할 수 있는지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 매매업계가 대기업의 홍보팀, 법무팀보다 조직이 약해 보여서인지, 중고차 관련 기사 중에는 언론중재위원회에 가야 할 기사들도 수두룩하다.

매매업계가 약자라고 무조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심층 취재 보도까지 바라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양측의 목소리를 담은 균형 있는 기사 작성으로 독자들에게 팩트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

매매업계의 목소리가 단순히 대기업 진출 반대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대기업 진출이 소비자 후생을 위한 것이 맞는지 검증해보고, 이면은 없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대기업에서 제시한 상생 방안을 현대차, KAMA 보도자료만 그대로 옮기지 말고, 정론직필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취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매업계도 자동차관리법에서 정한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아 수십 년간 활동한 단체들, 인터뷰할 전문가, 재야의 고수들이 많다.

대기업 진출 시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언급은 차치하더라도, 상생 방안으로 언급한 5년 10만㎞ 이내의 인증중고차를 판매를 제한하겠다는 말은, 객관적으로 봐도 어폐가 있지 않은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소위 ‘알짜매물’을 차지하겠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제한이 아닌 혜택으로 보인다. 점유 비율을 매년 제한하겠다는 말도 중고차 시장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조삼모사의 소지가 있다.

소비자를 위해 품질을 담보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오히려 5년 이상이나 주행거리 10만㎞ 이상 된 차를 완성차 제조사가 책임지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관리해주면 어떨까. 혹은 현대 글로비스 경매장 이용 시 수수료 면제라던지, 매매업계에 운영권을 주는 방법은 어떨까.

설문조사 결과도,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소비자가 대부분 찬성하는 것이 당연하다. 택시도 삼성택시, 현대택시가 나오면 서비스가 좋아질 텐데 카카오택시, 타다 사태는 왜 일어났을까.

설문 항목을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신차 연구 개발에 집중해야지,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해야 하는가?”, “중고차 시세가 평균 수백만 원 오르고, 신차 가격도 동반 인상된다면?” 식으로 질문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정도를 독점하고 있는 현대 기아차는 신차 판매를 통한 연계 프로모션, 정비 등 분명 유리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중고차 유통 핸들링을 통해, 자사 신차의 잔존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이번 미지정 이슈 직전 현대차가 발표한 중고차 시장 진출 보도자료 내용도 별다를 것이 없다. 오래전부터 중고차 전문기업들과 필자도 늘 구상하고 기획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대기업의 자본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실행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단, 탁상행정이나 독불장군 추진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도 현명하고 똑똑하다. 무조건 대기업 중고차만 찾겠는가. 이미 수입 인증중고차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처럼, 신차를 구입하면서 곧바로 완성차 영업사원에게 차를 넘기지 않고, 헤이딜러나 엔카 등을 통해 가격을 더 산정해주는 중고차 딜러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건을 살 때 백화점을 찾는 경우도 있고, 아웃렛에 갈 수도 있고, 인터넷 최저가를 찾아보는 것처럼, 모든 소비자가 대기업 중고차만 찾지는 않을 것이다.

매매업계 입장에서도 분명 경쟁력 제고를 통해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이미 매매업계에선 자체 브랜딩과 홍보로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 곳들이 늘어나고있다.

이번 이슈로 당장 중고차가 신차가 되는 혁신이라던지, 허위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중고차의 품격을 올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디 대기업과 매매업계가 진정한 상생과 협력으로, 품격 있는 중고차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정민 오토비즈컴 대표

<저자 약력>

- 현 오토비즈컴 대표
- 현 고려대 온라인마케팅 겸임교수
- 전 현대캐피탈 오토인사이드 대표
- 전 SK엔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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