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3년을 끌어온 ‘자동차매매업(중고차)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미지정으로 최종 결정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미지정 이유는 매매업 종사자의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연평균 매출액이 크다는 등의 이유로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완성차 제조사인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고려한 결과라는 게 중기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지난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의 의견도 힘을 보탰다.

곧바로 언론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생계형 적합업종이 미지정됨에 따라 대기업 진출의 길이 열렸다며, 반색하는 내용의 기대가 담긴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댓글 여론도 대부분 찬성과 옹호였다.

이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혁신이 이루어지고,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서비스와 품질 좋은 중고차를 만날 수 있을까? 허위매물은 사라질까?

그동안 자동차매매업계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전국의 30만 자동차매매업 가족들이 직접적인 생계 위협에 놓인다는 사실을 주장해왔다. 당시 동반위의 결정 후 하루도 빠짐없이 폭설, 폭우, 폭염과 혹한의 날씨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생계가 직결된 부분이기에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해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인데 이를 몰라주는 소비자 여론이 야속하기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중고차 한 대당 가격이 평균 1천만으로 매출은 커 보이지만, 정작 이윤은 미미한 게 현실이다. 한 달에 한 대도 팔지 못하는 딜러들도 수두룩하다. 게다가 소속 딜러들의 매출 신고가 해당 상사 1개로 집중되는 시스템이기에, 큰 매출을 발생시키는 규모의 기업으로 보여 영세하지 않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물론 알려진 중고차 기업들은 소상공인이 아니지만 대부분 중고차 딜러들은 소상공인임에도 말이다.

사실 이번 심의회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추천인과 동반위, 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됐는데, 결정 당일에도 밤 8시까지 합의에 이르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렸는데, 결과는 적합 5표, 부적합 8표, 기권 1표로 생계형 이번 결과가 전원 만장일치의 미지정은 아니었다.

중기부는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지만, 현대차 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소상공인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므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 의견도 제시했다. 매매업계 단체에서도 올해 1월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심의회는 사업조정 신청일 1년 이내에 안건 심의를 마쳐야 하며, 1년 이내의 심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매매업계 입장에서는 이 시간을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중고차 매매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 교과서적인 말일 수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사실 모든 소비재에 대기업이 진출한다고 하면, 소비자 여론이 좋은 시선인 경우가 없었다. 유독 중고차 시장은 이와 같은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업자득이라는 차가운 시선을 견디는 것도 오해를 풀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도 업계의 과제다.

수십 년 전 낙후된 시절에 머물러 있는 중고차 시장 인식의 문제가 크다고 판단된다. 과거에 중고차 거래를 경험했던 좋지 않은 소비자 기억과, 대기업 진출의 명분을 위해 중고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의도적으로 프레이밍하는 언론도 포함된다.  

업계의 온라인 시장의 발전과 함께 국내 중고차 시장은 발전된 측면도 많다. 벼룩시장의 몇 줄 설명만 보고 중고차 시장으로 가야 했던 시절에서, 엔카 보배드림 등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케이카와 같은 곳에서 집으로 배송을 받을 수 있다. 거래 중간에 마이마부 같은 중고차 구매동행 검증 업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매매업계는 투명한 중고차 거래 문화를 위한 성능상태점검기록부 제도, 실거래가 이전 등록 현금영수증 발급, 책임보험제 등의 정부 방침을 성실히 지키고 있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상품화 비용과 추후 보증(A/S) 비용 등의 지출도 크게 늘리고 있다. 

중고차 단체 홈페이지에는 다소 투박해 보여도 진정성 있는, 중고차 매매 정보와 시세 등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연합회 같은 경우 국토부 연계 중고차 매입·매도 전산시스템을 활용한 실매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중고차 플랫폼 ‘코리아카마켓’을 5년 전부터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허위매물 문제는 중고차를 아이템으로 하는 사기꾼 집단의 사기행각임에도 중고차 업계 전체의 이야기로 일반화된 점이다.

유튜브 콘텐츠로 중고차 허위매물이 소개되고, 조회수를 의식한 자극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허위매물 잡는데 도와주고 자신의 중고차 영업에 활용하고 브랜드를 올린다. 이는 누워서 침 뱉기이자 업계 제 살 깎아 먹기일 수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필자 지인은 “한국은 중고차 관련 콘텐츠가 ‘나까마’(중고차 딜러를 뜻하는 은어)들이 짜고 치는 허위매물 콘텐츠밖에 없는 것 같다”는 소리를 할까. 물론 일부 중고차 거래에 대한 팁을 전수해 준다던지 예능과 접목해 주목받고 있는 중고차 유튜버들도 있다.

이제는 단순히 업계의 자정이 필요하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아닌, 명확한 결단과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현대 기아차 중심의 완성차 협회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카마)나,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카이다) 같은 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연합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같이 매매업 종사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기존 단체도 대외 공신력 제고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 개편이 필요할 수 있다.

중고차 관련 통계 자료, 중고차 거래 정보, 시세 데이터, 정책 제안, 미디어, 이벤트,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을 공식적으로 다룰 수 있고, 업계와 소비자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창구 마련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필자도 활동했던 선배 세대에 학계, 기업, 업계 관계자의 포럼도 있었고, 현재도 비영리, 비공식 단체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하거나 ‘장사속’이 아닌 중고차 매매업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한 영향력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과 적극적인 관련 정책 결정도 중요할 것이다.

특히 매매업계는 더는 22년 전 엔카, 7년 전 헤이딜러에 대비하지 못했던 시절을 후회하지 말고 준비와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대기업과 매매업계 이분법이 아닌, 중고차 산업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 대기업도 상생 기준을 알짜 매물을 독식하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중고차 연식 주행거리로 산정하는 것이 아닌, CSR, CSV처럼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ESG 경영하듯 동반 성장했으면 한다. 

오정민 오토비즈컴 대표

<저자 약력>
- 현 오토비즈컴 대표
- 현 고려대 온라인마케팅 겸임교수
- 전 현대캐피탈 오토인사이드 대표
- 전 SK엔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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