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홀딩스]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홀딩스]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LX그룹이 금융업 진출과 지속적인 인수·합병(M&A) 추진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사업 다각화 전략은 물론 4세 승계 여건을 조속히 구축해 향후에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구본준 회장의 밑그림으로 풀이된다.

◇구연제 씨, 그룹 벤처캐피털 사업 합류

LX그룹 지주사인 LX홀딩스는 지난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사업목적에 ‘금융업’ 추가를 골자로 하는 정관변경안을 상정하기 위한 정기주주총회 소집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이변이 없는 한 정관변경안은 통과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LX그룹의 이번 금융업 진출 행보에 대해 앞으로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벤처캐피털은 대기업이 대주주인 벤처투자전문회사를 가리킨다. 고도의 기술력이나 아이템을 보유해 잠재력이 크지만 재정 기반이 약한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 후 해당 업체가 성장하면 주식 매각 등으로 자금을 회수, 수익성을 확보한다. 아울러 상호 시너지 효과나 전략적 이익 추구를 통해 더욱 큰 ‘파이’도 창출할 수 있다.

최근까지 지주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벤처캐피털을 설립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규제가 완화돼 해당 분야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GS그룹이 지난 1월 국내 지주사 최초로 벤처캐피털 ‘GS벤처스’를 설립한 데 이어 LG, SK 등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LX그룹이 벤처캐피털 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구 회장의 딸 구연제 씨가 그룹에 합류해 관련 사업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후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총수의 장자가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고 그 아래 형제는 계열분리로 독립해 온 범LG가의 전통에 따라 구씨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구씨는 범LG가의 벤처캐피털 L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현재 창업투자회사인 마젤란기술투자에서 벤처기업 발굴·투자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투자심사역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구씨가 해당 업계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것은 LX그룹의 금융업 진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구형모 상무, 지주사 LX홀딩스 2대 주주 상승

이와 함께 그룹 경영승계와 관련해 구 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의 행보에도 시선이 쏠린다.

앞서 LX그룹이 지난해 5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공식 출범했을 당시, LG전자 일본법인에서 근무하던 구 상무도 이에 발맞춰 그룹에 합류한 바 있다. 이 역시 향후 4세 승계를 내다본 구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현재 그룹 내 특별한 경젱자도 없어 구 상무가 보폭을 한층 확대하며 사업 성과를 가시화할 경우, 승계 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구 회장이 아들 구 상무에게 850만주, 딸 구씨에게 650만주 등 LX홀딩스 주식 1500만주를 증여한 것은 4세 승계를 위한 확실한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로써 구 회장의 LX홀딩스 지분율은 종전 40.04%에서 20.37%로 낮아졌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아울러 구 상무의 지분율은 11.75%로 상승해 2대 주주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구씨 또한 8.78%로 높아졌다.

더불어 LX그룹이 지속적인 M&A를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앞으로 구 상무가 M&A 과정에서 얼마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9월 국내 정상의 가구업체 한샘 인수전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어 12월 계열사인 LX인터내셔널을 통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PE와 함께 브랜드 ‘한글라스’로 알려진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6000억원 내외로 추산되며, 현재 한국유리공업에 대한 정밀실사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을 통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을 본격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산업소재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함께 친환경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토폴리오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LX그룹은 현 구본준 회장 체제 안착에 안주하기보다는 향후 경영승계와 미래 사업 전략까지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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