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 등의 문제로 신차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최근 중고차 시세가 신차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다는 자극적인 기사와 콘텐츠를 쏟아내기도 한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필자가 업계 경력이 오래되다 보니 주변 지인들의 중고차 추천 의뢰를 종종 받는다. 그중에서도 연식이 오래된 차가 아닌 출시한 지 오래되지 않은 차를 찾아달라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 신차 기다리기가 힘들어서란다. 

그렇다. 소비자들은 신차를 사려면 오래 걸리니까 차라리 중고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차 출고 기간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간 때문에 중고차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막연히 오래 걸릴 거라는 소문만 듣고 겁먹지 마시길 바란다. 

◇구매 예정 모델의 옵션 선택에 따라 출고 시기 단축

모든 차의 출고 시기가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 옵션 사양에 따라 영향 유무가 결정된다. 본인이 선호하는 옵션에 반도체 부품이 들어가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위한 시스템 (제조사에 따라 스마트 센스, 드라이브 와이즈 등으로 불리우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경보 등의 첨단 사양이 탑재된다) 이라던지, 파노라마 선루프, 프리미엄 오디오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출고 시기는 단축될 수 있다.

대부분 이와 같은 옵션을 선호할 수 있지만, 아직 디지털 계기반이 낯선 운전자들은 아날로그를 선호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깡통’ 기본 옵션을 만족하기도 한다. 본인이 희망하는 모델과 옵션 사양을 정한 후 출고 시기를 상담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 판촉 행사, 전시차 기회 잡아야

신차 제조사의 판촉 행사나 전시차 기회를 잡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전처럼 재고 차량에 할인도 해주는 경우는 일부 비인기차를 제외하고 거의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산차 모 메이커의 경우 매달 25일쯤 영업소에 소량의 판촉, 전시차 리스트 공문이 내려온다. 적극적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사양의 차를 매칭시켜주는 카마스터(영업사원)과의 인연도 중요하다. 일단 희망 모델 옵션으로 계약은 넣어두고 비슷한 사양의 즉시 출고차의 경우 변경이 가능하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은 수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구입했다. 차에 문제없는 영업사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실수로 인한 고객 변심 판촉차로 1주일 만에 출고했다. 추가 할인은 없었지만, 탁송비 절약에 현대차 공식 할인 프로모션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판촉차는 미디어 시승, 고객 인수 거부 및 변심 차량, 탁송 시 사고 등의 다양한 케이스로 나오게 되는데, 차에 문제가 없거나 경미한 긁힘 등의 차를 요즘 시기에 바로 받을 수 있는 건 장점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일부 제조사의 경우 미디어 시승차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로 많이 공개되고 극한의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에게 판촉차로 판매하지 않고 내부 직원용으로만 나온다고 한다.

또 한 지인은 제네시스 GV70을 출고했는데, 반도체 대란 전부터도 인기가 좋아 대기가 길었던 차다. 지인은 옵션, 색상 모두 상관없다고 해서 전시차 리스트 공문이 공개되자마자 2.5 가솔린 빨간색(마우나 레드) 무옵션 깡통 모델을 인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신차 출고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보다 본인이 희망하는 모델과 옵션 사양에 따라 예상보다 빠른 출고도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중고차 구입도 모델 연식 상태에 따른 시세에 따라,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연식 대비 시세가 합리적인 경우는 당연히 중고차 구입이 유리하다.

◇할부 비중이 높다면 중고차보다 신차가 유리

필자는 개인적으로 굳이 신차보다 웃돈을 주면서까지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한번 출고됐던 중고차라고 해서 세금 절약이 된다고 알고 있는 소비자도 있는데, 자동차 매매업체(중고차 딜러)을 통해 구입한 경우 판매가격 기준으로 취득세가 정해진다.

또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개개인 신용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같은 신용도 기준으로 봤을 때, 신차와 중고차 할부 금리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중고차 할부 금리가 높기 때문에 차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할부 비중이 높을 경우 신차로 사는 것이 유리하다.

게다가 중고차는 신차급 중고차의 상태와 성능을 진단 평가 검증해야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최근 유수의 중고차 기업의 무사고 인증 중고차들도 문제가 있었던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잇기 때문이다. 신차급 중고차가 나오는 경우와 중고차 거래에 필요한 검증 부분은 추후 칼럼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일부 프리미엄급 고가의 수입 중고차는 예전에도 웃돈이나 신차 가격을 거의 다 주고 거래되기도 했다. 쉽게 말해 ‘차를 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다릴 시간이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형 벤츠 S클래스가 빨리 필요한 운전자는 가격을 떠나 다음 입항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포르쉐 911을 생각하는 운전자가 마침 본인이 원하는 조합의 사양이 중고차로 나오면, 신차의 경우 1년 이상을 기다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쪼록 독자 여러분은 앞서 언급한 사례를 참고해서, 본인의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신차와 중고차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정민 오토비즈컴 대표 auto@korea.ac.kr

<저자 약력>
- 현 오토비즈컴 대표
- 현 고려대 온라인마케팅 겸임교수
- 전 현대캐피탈 오토인사이드 대표
- 전 SK엔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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