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피그’]
[사진=영화 ‘피그’]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트러플(송로버섯)은 최근에서야 국내에서도 제법 유명해진 재료다. 재배는 전혀 되지 않고 자연에서 소량만 채취가 가능해 비싸고 귀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나지 않아 모두 수입한다. 관세품목분류상 송로버섯이라고 돼 있으나 소나무와는 전혀 상관없다.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서 자라며 채집을 위해 트러플 사냥꾼은 개와 돼지를 동원한다.

23일에 개봉하는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피그’는 바로 산 속에 살며 돼지와 트러플을 채취하는 남자 롭의 이야기다.

롭(니콜라스 케이지)은 낮에는 쿠네쿠네 품종의 돼지(브랜디)와 나란히 숲을 거닐며 트러플을 채집하고 해가 지면 자신이 직접 만든 요리를 함께 먹는다. 돼지는 트러플 냄새를 잘 맡고 소리에 매우 예민하며 주인과 낯선 이를 구분할 줄 안다. 사람 기분을 잘 알아채며 휘파람 소리를 내면 달려와 친근하게 몸을 비비기도 한다.

제대로 된 욕실도 없는 오두막에서 휴대폰도 없이 생활하는 롭을 찾아오는 유일한 사람은 트러플을 구매하는 푸드 바이어 아미르(알렉스 울프)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괴한이 소중한 돼지를 빼앗아 가고 롭은 돼지를 찾기 위해 15년 전 떠났던 도시 포틀랜드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롭은 스스로 버렸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을 차례로 만나며 자신의 과거를 다시 마주한다.

[사진=영화 ‘피그’]

영화 ‘피그’는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으며 각 제목은 소울 푸드 이름을 사용했다. 먼저 ‘시골식 버섯 타르트’는 롭이 요리해 사랑하는 돼지와 함께 나눠먹던 소박한 요리이자 일상의 기억으로 등장한다. ‘엄마표 프렌치토스트’는 롭을 도와 돼지의 행방을 추적하던 아미르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에 대한 사연을 롭에게 털어놓으며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는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새 한 마리, 술 한 병 그리고 소금 바게트’는 아미르의 아버지 다리우스(아담 아킨)가 잊고 있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음식이자 롭의 요리 철학과 영화의 메시지가 응축된 시그니처 요리로 묘사된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극 중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포틀랜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주얼 프렌치 레스토랑 ‘르 피죤’과 ‘리틀 버드’의 셰프 가브리엘 루커로부터 특별 강습을 받았다. 동시에 가브리엘 루커는 요리 트레이닝뿐 아니라 영화의 음식 자문까지 맡았다.

[사진=영화 ‘피그’]
[사진=영화 ‘피그’]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은 “트러플 채집꾼이 귀중한 돼지와 개들을 훔치려는 경쟁자를 막기 위해 밤이면 손에 샷건을 들고 현관문 앞에 진을 친다고 한다”며 “이 이야기는 저와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세상의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미묘하게 공감이 가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마치 환상적인 꿈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삶 속에 슬픔이 어떤 다양한 방법으로 스며드는지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했고 상실감과 슬픔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익숙해질 충분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영화에서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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