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현대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현대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현대그룹은 지난 2003년 현정은 회장이 총수에 들어선 이후 최근까지 3세 승계와 관련해 표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2004년부터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45)가 현 회장을 밀착 보좌하며 십 수년간 경영노하우를 쌓아 온 만큼,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정 전무, 십 수년간 현 회장 보좌

2000년대 초까지 재계 1위를 구가하던 현대그룹은 2003년 정몽헌 회장이 별세한 후 자동차, 조선, 상선 등이 계열분리되고 증권사도 매각되면서 그룹 외형이 급격히 축소됐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영진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도 이어져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룹 경영을 맡은 현 회장은 시아버지인 창업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남편인 고(故) 정 회장의 유지에 따라 계열사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 관광 사업 등 대북사업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2008년 북한군에 의한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따른 금강산 관광 중단, 2016년 북한의 투자자산 몰수 등에 따라 더 이상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처럼 그룹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부터 정 전무는 어머니 현 회장과 함께하는 가운데 범현대가와의 갈등, 계열사 매각 후폭풍, 현대상선 경영난 등을 버텨내며 기업 경영의 ABC를 체득해 온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정 전무에 대한 그룹 내외의 평가도 양호하다. 현 회장에 대한 경영상의 지속적인 보좌는 이미 정평이 난지 오래다. 또 고위급 임원임에도 특별히 ‘오너’ 일원임을 강조하지 않고 일반 직원들과 격의 없이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는 후일담도 이어지고 있다.

몰론 현 회장의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차장(38)과 2017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그룹에 합류한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37)도 차기 승계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룹 내 역량과 경험, 관록을 꾸준히 축적해 온 정 전무와 비교해 볼 때, 아직은 여러 면에서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현대엘리베이터·현대무벡스, 승계 관련 시선 집중

현대그룹의 3세 승계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 양대 주력 계열사의 움직임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이들 계열사가 향후 어떤 행보를 나타낼지에 따라 승계 윤곽이 좀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부터 미래 신성장동력 창출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 아래,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에 힘을 싣고 있다.

먼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 금산공업구에 1200억원을 투자, 엘리베이터 2만3500대, 에스컬레이터 1500대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 팩토리를 준공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곳을 중심으로 중국과 터키, 동남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달 본사와 공장을 충북 충주로 옮겨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충주 신공장에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 R&D센터, 물류센터를 구축했으며, 생산 규모는 연간 2만5000대에 이른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상장된 계열사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시스템, 승강장안전문(PSD), IT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펼치고 있으며, 각종 물류용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등 물류로봇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한층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앞서 현대무벡스는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자동화사업부가 분리, IT서비스를 제공하던 현대유엔아이와 합병해 출범했다. 30여년간 축적된 물류자동화시스템에 첨단 IT 기술력을 더해 스마트 물류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물류자동화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이커머스시장 활성화에 따라 유통·택배, 식품,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인 물류자동화설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 그룹에서는 현대무벡스의 시장잠재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현대무벡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6.85%를 지닌 현대엘리베이터이며, 이어 2대주주로 현 회장이 26.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전무도 지분 4.36%를 보유한 상태다.

향후 현대그룹은 3세 승계 차원에서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증여와 핵심 계열사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무벡스의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 전무가 머지 않아 그룹 공식 석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 차원에서 경영 승계와 관련한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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