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티앤씨, 그래픽=고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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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탈(脫)원전 정책이 잇따른 전력 수급난으로 인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말 국내 원자력 발전 전력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넘어선 데 이어 석탄발전 거래량까지 탄소중립 정책 시행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에너지 정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11일 한국전력 및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원자력 발전 전력거래량이 1만5741GWh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전력거래 통계 집계가 이뤄진 2002년 1월 이후 역대 최대치로, 종전 최고 거래량인 2015년 6월 1만2898GWh보다 약 3000GWh 가량 증가한 규모다.

이후 올해 1월 1만5330GWh로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지속되고 있는 성장세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원전 비중 30%에서 18%로 감축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등을 골자로 한 탈원전 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에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의 중단·재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 발생에 따라 한수원 노조 등 원자력업계의 반발이 일어나는 등의 논란이 일어났다.

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등 학계 및 전문가 집단의 주도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 반발이 일기도 했다.

원자력 발전 전력거래량. [표=고선호 기자]
원자력 발전 전력거래량. [표=고선호 기자]

하지만 실질적인 원전 비중 감축이 이뤄지기에 앞서 지난해 하절기를 기점으로 전력수요량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가동 중단에 들어갔던 원전을 다시 재가동하는 등 정책 추진에 난항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발전단가 효율성에서 가장 높은 지표를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 비중이 감소된 데 따른 전기요금 인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 에너지믹스특별위원회와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 일각에서는 탈원전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발전단가를 높여 전기요금 인상 폭을 더욱 가파르게 한다고 내다봤다.

이들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20년 29%에서 2030년 23.9%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6.6%에서 30.2%까지 끌어올린 2030년 우리나라의 발전단가는 2020년 대비 40% 오른다.

또한 설비투자 비용을 포함하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증가 폭은 더욱 가팔라진다는 게 원자력 학계의 설명이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17년부터 5년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71.5%로, 2012년부터 5년간의 평균 이용률인 81.6% 대비 10%p 이상 낮아졌다”며 “이 같은 원전의 빈자리를 값비싼 LNG(액화천연가스)가 대체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탈원전 정책과 함께 정부 에너지 전환 계획의 핵심 골자인 탄소중립 정책 역시 급격한 원전 비중 축소에 따른 석탄발전 비중의 증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8월 기준 2만2380GWh에 달하던 석탄발전 전력거래량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라 2020년 3월 절반 수준인 1만3177GWh까지 일시적으로 줄어들긴 했으나, 같은 해 8월 및 지난해 7월 다시 2만GWh를 돌파하면서 감소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처럼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석탄발전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전력생산량 및 거래량이 폭증하는 등 당초 정부 계획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력시장에 변동이 잇따라 발생해 문 정부 주도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우리 산업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전 세계 전력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저렴한 전기요금이 있었다”며 “환경적 요인이나 미래 에너지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즉각적인 요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경시할 순 없기 때문에 탈원전의 과도기에서 보완해야 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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