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법률 자문 요청을 받는 내용 중에 ‘근로자의 영업비밀침해 및 경업 금지 약정’에 관한 이슈가 있다. 특히 블록체인, 반도체, IT 등 기술적인 보호가 필요한 업종에서는 근로자 이직과 관련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계약서 등에 “본인은 퇴직한 이후 N년 동안 동종업체나 경쟁업체로 전직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어두는 경우가 많은데, 법원은 경업금지 약정이 무조건 유효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경업금지 약정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 이후의 모든 커리어를 특정 분야에 쌓아 온 사람에게, 그 모든 커리어를 포기하고 타 업종으로 전업하라는 요구는 과도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효한 경업금지 약정

대법원은 “경업금지를 강제함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근로자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데 대하여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었으며, 위 원고에 대하여 일정기간 특정지역에서 경업을 금지하지 않으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인정된다면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21903(본소), 2015다221910(반소)). 그 말은 즉,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업금지약정은 무효로 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과 관해서는 “법률에서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하여 조금 넓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직접 담당했던 사례에서는 영업직 사원이 거래처에 관한 정보 등을 이용해 동종 사업체를 설립하려 했는데, 회사에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 있다고 결정을 받아 1년 동안 동종 사업체 설립을 금한다는 결정을 받기도 했다.

◇기간의 설정 등

기업의 비밀 또는 이익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하여 무조건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한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장기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근로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고, 학원과 같은 오프라인 기반의 영업소는 장소적으로도 제한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보습학원에서 퇴사한 강사가 부산에 가서 취직을 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볼 수 있겠다.

꾸준히 기술 개발과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에서는 1년 정도만 동종업계에 근무하지 못해도 업계 추세에 크게 뒤처지므로 그 이상 전직을 금지하는 약정은 무효가 될 수 있다. 판례에 따라서는 6개월까지만 유효성을 인정하기도 한다.

반면에 근로자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에는 2년 이상의 약정이 유효하다고 인정받기도 한다. 경업금지에 대해 별도의 대가를 지급했는지가 중요한데, 보수, 직급, 인센티브 등 여러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할 수 있으니 근로자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의 범위와 조건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약정의 구체적인 대상을 선정하고 지역, 기간, 제한 직종 등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대응 방법 등

우리 회사의 핵심적인 비밀을 알고 있는 직원이 경업금지 약정을 위반해 경쟁사 등으로 이직한 경우, 보통 민사적으로는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유효성에 대한 판단을 구한다. 가처분이지만 본안에 준하는 치열한 다툼이 펼쳐지기 때문에 3개월 이상의 심리가 이뤄지기도 한다.

또한 회사의 영업비밀을 직접적으로 침해했음이 인정될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형사 고소를 진행하기도 한다.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하거나 시도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퇴직 전 회사의 서버에 접속해 몰래 데이터를 복사한 후 이직할 회사의 담당자에게 자료를 전달하는 행위 등은 경우에 따라 실형이 선고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행위다.

한편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을 다루는 연구원 등에게는 비밀유지약정서, 서약서 등을 받아놓는 것이 이런 분쟁의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문제가 발생한 후에 보상을 받거나 가처분 등을 신청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BHSN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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