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정책강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정책강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최근 재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안별로 맞부딪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띄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기업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온 공정위가 오는 3월 대선을 거쳐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종래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위 제재 강화 기조에 반발 기류

올들어 공정위가 기업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담합’, ‘부당 지원’ 등에 대한 제재 방침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은 경영상의 정당한 활동에까지 제약을 가하려 하는 행위는 온당치 않다며 반발하는 기류를 나타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성그룹이 급식 관련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일감을 몰아주고 높은 이익을 보장하는 등 부당한 지원을 했다며 삼성전자 등 5개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부회장을 고발했다. 이 중 삼성전자에 부과된 과징금 1012억원은 국내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다 규모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9월 이후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가 사내 급식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5%를 차지하는 등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 창출로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직원에 대한 복지 수준 향상 차원에서 계열사를 통해 사내 급식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제재 대상이 되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삼성그룹은 계열사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를 앞세워 같은해 9월 공정위를 상대로 급식 관련 시정명령·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고법에 제기했다. 이와 함께 해당 시정명령과 과징금에 대한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이후 서울고법은 12월, 삼성그룹 관련 계열사들이 제기한 소송의 1차 변론 기일을 오는 2월 24일로 잡았다.

더불어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구 LG실트론) 지분 인수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 최 회장과 지주사인 SK㈜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SK㈜는 2017년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했으며, 최 회장이 나머지 29.4%를 매입했다.

이에 공정위는 SK㈜가 잔여 주식 확보 시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최 회장이 해당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SK㈜가 사업기회를 상실한 동시에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가 제공됐다는 결론으로 제재 처분을 내렸다.

이 역시도 재계에서는 그룹 총수의 계열사 지분 인수는 책임경영의 일환인데도 이를 규제함으로써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SK그룹도 공정위의 판단이 부당하다는 입장 아래 행정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해운업계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정위와 ‘운임 담합 논란’으로 마찰을 겪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산정과 관련해 해운사 간 122차례 담합이 존재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심사보고서를 발간하고, 국적선사 12개사, 외국선사 11개사 등 총 23개사에 8000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해운업계는 해운사 간 공동행위는 해운법상 허용하고 있으며, 공정거래법에서도 타법에 의한 정당한 행위에는 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음에도 공정위의 해당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떠러서 제재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해운협회를 통해 소송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

◇대선 후 기조 변화 전망도

재계 안팎으로는 공정위와의 관계가 이처럼 최근 껄끄러워진 것은 지난 2019년 9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 이후부터라는 시각이다. 조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기업활동의 제약이 한층 심화됐다는 것이다.

사실 조 위원장은 취임 이후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주요 대기업의 책임경영 확립을 강조해 왔다. ‘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공정위 출범 40년 만에 통과돼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율을 한층 강화한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다양한 움직임이 위축되고 기업인의 경영활동 의지를 움츠러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반응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이 가운데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이 이른바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하면서 향후 공정위의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도내 기업 투자유치 실적을 종종 거론하고 있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현 정부의 기업정책을 ‘규제 일변도’라며 수시로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대선 후 신정부 출범과 함께 기업활동 전반에 대해 규제 수위를 낮추거나 한층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조 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9월 만료되는 만큼 후임자가 어떤 차별성을 지니고 기업 관련 정책을 펴나갈지에도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규제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일선 기업인들의 인식”이라며 “이제라도 지나친 제약은 기업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변화를 나타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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