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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한 쪽에서 방역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 [사진=노해리 기자]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화장실 사용하는 사람도 없어. 하루에 한 열 사람 드나들까….”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제1여객터미널 구간을 담당하는 환경미화 직원의 푸념이 한적한 공항에서 유난히 크게 울린다.

평년이었다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평소보다 훨씬 붐볐을 지난 18일 인천공항엔 더 이상 여행객은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지나다니는 직원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방역복을 입은 이들로 흡사 폐쇄병동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오미크론이 덮친 인천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두 달여 전만 해도 정부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발표와 함께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사이판, 싱가포르, 태국 등 해외여행이 가능해져 여행객 증가와 관광 수요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올라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항공업계는 또다시 주저앉았다. 정부가 방역 정책을 바꿔 지난 3일부터 해외 입국자 10일 자가격리 의무 조치 등을 전격 적용했다. 출입국 절차와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항 내 여행객들은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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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내 식음대와 휴게소는 90% 이상 폐쇄됐다. [사진=노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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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대기하며 쉬거나 식사를 할 매장은 대부분 휴점이다. [사진=노해리 기자]

상황이 이렇자 공항 측은 정상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내부 각종 편의시설조차 최대한 줄여 운영 중이다. 실제로 평소 각 게이트마다 운영하던 식음대와 유아 휴게소 등은 90% 이상 폐쇄됐다. 이용자가 거의 없을뿐더러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위생‧방역상 관리가 어렵다는 게 공항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생수 한 모금을 마시려면 모든 게이트 중 유일하게 열린 지점까지 수 분을 걸어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설상가상 무빙워크마저 멈춰있다. 안내데스크 직원도 “현재 OO게이트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만 문을 열었다”며 “나머지는 얼마 전부터 운영하지 않고 있다. 죄송하다”는 답변뿐이다.

기다란 사막을 건너 물을 찾듯 게이트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철창 친 명품 면세점 숍들이 눈에 띈다. 군데군데 환히 불 밝힌 매장도 보였지만, 손님 없이 문 앞을 덩그러니 지키는 직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다. 면세점의 한 직원은 “매장 자체가 많이 빠졌다(폐점했다)”며 “많은 직원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 위드 코로나로 좋아지길 바랐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현재 공항 내 면세점 입찰은 중단된 상태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매출이 90% 이상 급감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월 이미 철수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항공업계 피해를 줄이고자 공항시설사용료와 임대료 감면 기간을 내년 6월까지 추가 연장한다고 이달 초 밝혔다. 이후 추가 연장 여부는 내년 5월 재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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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여객터미널 대기장소. [사진=노해리 기자]

정부는 그간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상업시설 임대료, 공항시설사용료를 감면·유예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지원대책에 따라 지난해 3월에서 지난 10월까지 착륙료 등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1460억원, 면세점 임대료 감면 1조 5769억원, 업무시설 임대료 감면 671억원, 납부유예 4194억원 등 총 2조 2094억원을 지원했다.

인천국제공항 측도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기약 없이 비워진 매장 활용에 고심하고 있다. 인천공항 측은 내년 공항 내 면세점과 식음시설 등 상업공간에서 게임, 미디어아트, 메타버스 등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상업공간을 쇼핑, 첨단기술, 문화예술 콘텐츠가 융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국내·외 여객 분들께 인천공항만의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미래공항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과 오미크론 변이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항공업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토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월 항공여객은 360만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월에 비해 65.3% 감소했다. 국제선은 95.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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